(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참여연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추진과 관련해 '졸속 합병'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30일 "산업은행이 개입한 두 회사 인수합병 방식에는 각종 재벌 특혜 등으로 볼 수 있는 많은 문제점과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산적해 있다"면서 산은에 이번 거래와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다.

참여연대는 산은이 이번 합병을 추진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모(母)그룹인 금호그룹의 부실 경영책임은 전혀 묻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전부터 경영난에 시달려 왔고, 이전에도 산은의 정책 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참여연대는 "보통 부실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할 때는 차등 감자를 통해 종전 경영진 지분을 줄이는 게 일반적인데 아시아나는 지난 11월 대주주와 소액주주 지분을 균등하게 줄이는 균등 감자를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 주식을 균등 감자한 뒤 대한항공이 인수하게 할 경우, 종전 부실 경영자인 금호산업과 박삼구 회장 측은 수백억원의 인수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또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사모펀드 KCGI 측이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는 건 조 회장 측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산은이 주장하는 항공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오히려 산은이 대한항공 등에 대해 직접 의결권을 가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면서 "산은의 자금은 대한항공에 투입되는 것이 합당하며, 한진칼에 8천억원을 유상증자하는 것은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에서 조원태 회장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은이 만에 하나 한진칼과의 투자 합의에 조 회장과 어떠한 이면계약이 있었다면 이를 투명하게 밝혀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산은과 한진칼 맺은 의무조항 역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과 한진칼은 지난 16일 이번 거래와 관련한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투자합의서에 따르면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 등을 선임하고, 경영평가위원회를 통해 대한항공에 경영평가를 해야 한다.

또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과 대한항공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한편, 투자합의서 위반 시 5천억원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66%를 보유하면서 한진칼 경영을 견제·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를 어떻게 실행하고 담보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 "산은과 한진칼은 이러한 의무조항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두 항공사의 합병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자금 투입이 선행된 점도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두 회사가 합병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면서 "일반적인 기업결합심사는 선 계약서 체결 후 자금 투입 순서를 따르지만, 이번 합병 건은 국민 혈세를 선 투입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및 해외 기업결합심사 통과 가능성 및 그 기간을 누구도 담보할 수 없는데, 1조 원에 달하는 국책은행의 자금투입이 선행되고 승인이 부결될 경우 투입된 자금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다"면서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은 누가 책임지는 것이며, 또 기업결합심사가 부결됐을 경우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산은은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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