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임원 자리를 대폭 축소하고, 50대 초반의 경영진을 대거 발탁하는 강도 높은 인적쇄신 인사을 단행하는 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최악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급변한 유통 트렌드에 대응하고, 세대교체와 슬림화를 통해 내부 혁신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무엇보다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낼 수 있는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유통 대기업 총수들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은 올 연말 인사에서 전체적으로 임원 수를 줄이고,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과감히 기용했다.

아울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타격이 가장 컸던 롯데그룹은 구조조정에 버금가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8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정기 인사가 아닌 긴급 인사를 했던 롯데는 연말 인사에서도 총 600여 개 계열사 전체 임원 자리 중 20%를 줄였다.

50대 초반의 인사들을 계열사 대표이사로 대거 등용했고, 유통 부문에선 이례적으로 외부 출신 대표이사도 발탁했다.

롯데는 또 각 3년이던 전무·상무의 승진 연한을 2년으로 줄이고, 3년이던 부사장 승진 연한은 아예 없앴다.

실력만 있으면 나이가 어리더라도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자리에 과감히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재계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신동빈 회장이 변화에 대한 절박감이 담긴 인사로 해석했다.

양대 축인 유통·화학이 코로나19로 동반 부진하면서 그룹 전체 실적은 고꾸라졌다.

롯데쇼핑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57.2% 급감했고,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8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삼성·LG·SK 등 다른 대기업과 달리 미래 신사업에 대한 준비가 늦다는 지적도 나왔다.

롯데쇼핑은 올해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ON'을 출범하며 뒤늦게 온라인 강화에 나섰지만, 성과는 예상에도 못 미쳤다.

이번 인사는 더 뒤처지면 그룹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는 신 회장의 위기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다시 한번 인적 쇄신의 고삐를 좼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도 2년 연속 신세계 백화점 부문보다 한 달가량 앞선 10월에 인사를 단행했다.

이마트 부문은 11개 계열사 중 6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100명이 넘던 임원 수도 10%가량 줄였다.

특히 51세인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쓱닷컴 대표를 겸직하는 등 온·오프라인 통합과 시너지 창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프라인 마트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쓱닷컴 사업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등 미래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최적임자로 발탁했다.

이날 인사를 단행한 백화점 부문 역시 임원 자리 20%를 축소하고, 본부장급 이상 임원 70%를 교체하는 등 조직에 큰 변화를 줬다.

어느 때 보다 엄정한 평가로 전 임원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등 신상필벌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 기조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백화점 부문의 변화 방향에 맞춰 이 같은 인사 기조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이달 초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젊은 인재를 대거 중용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코로나19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을 가진 인재들을 앞세워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온라인으로의 전환과 젊은 인재 발탁 기조는 있었지만, 코로나19가 그 속도와 폭을 모두 확대시켰다"면서 "예년보다 빠르게 내년도 사업 추진에 돌입한 만큼 쿠팡 등 이커머스와 확실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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