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거대 금융정보업체 두 곳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데이터 정보 시장에도 일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배런스,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S&P글로벌은 IHS마킷을 순 부채 48억 달러를 포함해 440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IHS마킷의 시가총액은 지난 금요일 종가 기준 369억 달러다.

지난 10년간 핵심 사업인 채권 평가를 넘어 데이터 사업으로의 확장에 주력해온 S&P글로벌이 이번 IHS마킷 인수로 금융 데이터 업체로서의 입지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알고리즘과 초고속 거래의 증가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져 이 분야 수익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IHS와 마킷이 4년전 합병할 당시 합병사의 가치는 130억달러였다. 하지만 이후 회사의 가치는 3배 가량 증가했다.

이번 거래는 미국과 유럽 반독점 당국의 인수 검토와 양사 주주들의 승인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더글라스 피터슨 S&P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우리의 역량을 결집하고, 고객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우리의 역량을 강화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CEO는 합병 회사의 차기 CEO를 맡을 예정이다.

합병사는 연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폭이 200bp 증가하는 것을 목표로 할 예정이며 연간 비용 절감 시너지는 4억8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양 사의 합병으로 S&P글로벌은 현재 블룸버그와 리피니티브와 같은 주요 데이터 플랫폼 사업자와 나란히 어깨를 겨루게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버튼-테일러에 따르면 S&P 글로벌은 블룸버그와 레피니티브에 이은 업계 3위 업체이며 IHS마킷은 업계 8위 수준이다.

그러나 합병이 완전히 성사되는 되는 데는 걸림돌도 남아있다.

런던증권거래소는 앞서 미국 금융 데이터업체 리피니티브를 인수하는 데 1년 반의 시간이 걸렸으며, 유럽연합(EU)의 인수 승인을 얻기 위해 이탈리아 거래소를 유로넥스트에 매각하기로 합의하는 등 상당한 양보에 나서야 했다.

이 때문에 S&P글로벌의 IHS마킷 인수 역시 EU 반독점 당국의 규제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P글로벌은 2011년 모기업 맥그루-힐이 교육사업과 신용 평가와 주가지수 사업 부문을 분리하면서 설립됐다.

S&P글로벌의 신용평가 부문 미국 내 점유율은 무디스와 피치를 합친 것보다 크다. 최근 들어 저금리 환경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해당 부문 수익도 크게 증가했다.

회사는 IHS마킷의 인수로 변동성이 큰 회사채 발행 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독자 기반의 수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펜하이머의 오웬 라우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지속해서 창출되는 매출을 좋아한다"라고 평가했다.

S&P글로벌의 주가는 이번 합병 소식에 3%가량 올랐다. IHS 주가는 7.4% 상승했다.

무엇보다 이번 합병으로 S&P글로벌은 지수 사업에서도 입지를 굳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펀드 시장의 흐름은 액티브 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지수를 모방하는 패시브 펀드로 움직이고 있으며 S&P의 벤치마크 지수를 추적하는 ETF 자산만 전 세계적으로 1조7천억 달러에 달한다.

S&P글로벌은 IHS마킷의 채권 프라이싱 정보나 채권 지수의 독점 사업권 등을 활용해 자체 채권지수를 강화해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등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채권 ETF의 규모는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에 나서면서 자산을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S&P 글로벌은 이번 합병으로 신용 시장에도 주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더사로도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등급 이하 기업 대출 시장 규모는 대략 2조 달러에 달한다.

S&P 글로벌은 차입에 나서는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며, IHS마킷은 프라이싱 자료나 포트폴리오, 자료 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P의 에너지 사업부인 S&P글로벌 플랫츠 부문도 강화될 전망이다.

S&P 글로벌은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벤치마크 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며 IHS마킷은 플랫츠에 더 작은 라이벌인 '오일 프라이스 인포메이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IHS마킷은 2016년 미국의 IHS와 영국의 마킷이 합병해 설립된 회사로 금융시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다.

작년 말 기준 S&P의 전 세계 직원은 2만2천500명가량이며 이 중 5천500명은 미국에 근무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IHS마킷의 직원은 1만5천500명이다. 합병사의 본사는 미국에 본부를 둘 예정이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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