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통화정책 회의 이후 여러 차례 은행, 투자자들과 사적 통화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저널은 익명의 관계자 3명, 일정에 근거해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의도한 것과 달리 때론 혼란스러운 의사소통이 생기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자와 은행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례적인 시도다.

주로 18개 기관 하위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들과 통화했는데, 여기에는 악사, 블랙록,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JP모건, UBS 등이 포함됐다. 통화는 10분에서 15분 동안 지속했으며, 레인 이코노미스트가 경제 전망에 대해 질문을 받긴 했지만, 대부분은 경청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런 통화는 지난 3월에 시작됐다.

당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통화정책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이 이탈리아의 채권시장을 부양하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트레이더들은 실망했고, 이탈리아 주식과 채권시장은 폭락했다. 몇 시간 후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개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이런 통화는 '큰 손' 투자자에게 민감한 정보를 줄 수 있는 특혜 위험이 있다고 중앙은행 전 관리들은 지적한다. 전형적으로 중앙은행 관리들은 발언을 신중하게 통제하고,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동시에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라가르드 총재의 전임자인 마리오 드라기 전 총재나 당시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피터 프레이트가 지난 2년 재임 기간 이런 비슷한 통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적 일정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2015년 ECB는 이사회 멤버가 채권 매입 프로그램 변경과 관련해 만찬에서 투자자들에 비공개 연설을 한 뒤 의사소통 규칙을 강화했다.

ECB의 대변인은 이런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대변인은 "ECB는 드라기 총재가 라가르드 총재에 넘겨줄 준비를 하던 2019년 9월 정책 회의 이후 브리핑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이는 3월에야 시작됐다"며 "브리핑은 3월 12일 라가르드의 기자회견 직전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명성 정책에 발맞춰 통화 기관명을 공개하고, 기관 간 순환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ECB 와처인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를 듣고, 기술적일 질문을 하기 위한 것이며, 통화에서는 단지 공개적인 정보만 다루고 사전에 발표된 정책 결정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해명했다.

ECB 대변인은 "레인의 통화 목록에 오르기 위해서는 ECB의 정책을 긴밀하게 보는 기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CB의 정책 위원들은 회의 이전 7일 동안 통화 정책에 대한 언급을 삼가며 조용히 지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12일 동안 블랙아웃 기간을 가져야 하는데, 이 기간에는 공적, 사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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