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도 전문경영인 체제 적극 지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이 순항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실무 작업을 총괄하게 될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를 항공 계열사의 경영에서 배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우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물론 이후 통합작업과 경영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 사장은 항공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항공전문가인 동시에 조원태 회장과 함께 '항공 빅딜'을 주도한 인물이다.

2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 연말 인사에서 조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회장 동생인 조현민 전무는 한진칼 및 항공사업 관련 계열사의 모든 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이 고문은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 고문직 자리를 내려 놓고, 조 전무는 한진칼 전무와 한진칼 자회사인 토파스여행정보의 부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 고문은 정석기업 고문만 맡고, 조 전무는 정석기업 총괄부사장직과 물류기업인 ㈜한진 전무 자리만 유지하게 된다.

특히 조 전무는 2018년 '물컵 갑질' 사태 직후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지 14개월 만인 지난해 6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한진그룹이 산은과 맺은 투자계약에 따라 1년 반만에 다시 직을 잃게 될 처지가 됐다.

앞서 산은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견제 장치로 조 회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를 한진칼과 항공 계열사 경영에서 배제하는 7대 의무조항을 투자계약서에 명시했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총수로서 전반적인 경영 개선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길 가능성이 크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조 회장이 경영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면서 한진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 사람은 전문경영인이 될 것"이라며 "법원의 가처분신청 기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순항할 경우 인수 후 통합(PMI) 작업도 전문경영인들이 산은과 협의해 주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산은과 한진그룹 간 계약에 따르면 앞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항공 계열사의 일상적 경영은 산은의 견제·감시 하에 전문경영인들이 하게 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 국내 상장 항공사의 이사회는 오너 일가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전문경영인과 호흡을 맞추는 공동 경영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7년부터 우기홍-이수근 대한항공 부사장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정기임원 인사에서 자신이 물러난 대한항공 사장 자리에 우 사장을 앉히며 경영의 한 축을 맡겼다.

우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30년 이상 항공업 경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다.

2009년 최연소 상무로 승진했고 미주지역본부장, 여객사업본부장 등 그룹 요직을 맡아왔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7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 사장을 두고 천재 사업가라고 드러내놓고 칭찬한 일화도 있다.

우 사장은 조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포함해 KCGI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을 때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운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지난해 연말 이명희 고문과 충돌을 빚었을 때도 우 부사장이 나서 중재하기도 했다.

특히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면서 우 사장을 전면에 내세워 산은과 협상을 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논란이 커지자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인력 구조조정, 노선 통폐합은 없을 것이며, 산업은행은 간접적으로 경영 견제 역할을 할 뿐"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진그룹 내에서 이번 빅딜과 관련 입장을 언급한 것은 조 회장 이외 우 사장이 유일하다.

재계 관계자는 "산은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전폭 지지하는 만큼 앞으로 우 사장과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등의 경영 보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향후 한진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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