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소비자물가가 상승했음에도 물가연동국채(물가채) 금리가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지 못하는 배경이 주목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기대치에 다소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채권시장 전반에 나타난 약세 분위기가 물가채에도 반영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통계청이 전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0(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다.

물가채는 물가가 상승했을 때 투자자가 받는 원금과 이자가 커지기 때문에 물가 상승은 물가채에 호재다.

그러나 전일 물가채는 금리가 오르는 등 소폭 약세를 나타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525)에 따르면 전일 물가채 지표물인 20-5호 금리는 하루 전보다 3.6bp 상승한 0.912%로 마감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4.5bp 높아진 수준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명목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물가채까지 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고채 10년 지표물인 20-4호 금리는 전일 1.675%로 집계됐다. 전일 장중 한때 1.690%를 터치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1.281%까지 내린 20-4호 금리는 4개월 만에 코로나19 직전 수준까지 되돌려졌다.

전일은 미국 내 경기 부양책 기대감을 반영한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이 국내 채권시장에 반영됐다.

일각에선 전반적인 채권 약세 분위기에 연동해 물가채가 더 약해질 수 있었지만 소비자물가 개선 등 효과로 약세가 일부 제한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소비자물가가 개선됐지만 시장 컨센서스에는 다소 못 미쳐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고도 진단했다.

4차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 통신비 지원 효과가 줄면서 지표는 좋아졌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여전히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국내외 금융기관 7곳을 상대로 11월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설문한 결과,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가 평균 0.9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로는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도 물가채 강세를 제한했다고 풀이된다.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1% 하락했다. 물가채의 원금과 이자는 물가의 전월 대비 변동분을 2~3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아직 물가채를 저가 매수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계절적으로 12월은 전월 대비 물가가 하락해 이른바 역 캐리가 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내년 초엔 전월 대비 물가 반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물가채를 매수하고 명목채를 매도하는 BEI(손익분기 인플레이션)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BEI 플레이에 있어 물가채의 유동성이 적다는 점은 한계로 꼽았다.

BEI는 국고채 10년물 금리에 물가채 10년물 금리를 뺀 수치로 BEI가 높을수록 물가 상승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BEI는 올 6월 들어 상승해 지난 8월 초 70bp대에 진입한 이후 더 확대하지 못하고 횡보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한국은행도 물가 전망치를 상향했는데 시장 기대치가 컸던 부분이 있었다. 이것이 촉발제가 되면서 10년 구간이 약하고 물가채가 좀 더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12월 들어 물가채 캐리가 안 좋은 편이긴 하지만 내년 물가가 반등한다면 BEI 베팅을 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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