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이모저모] '억 소리' 퇴직금의 역설
[금융가 이모저모] '억 소리' 퇴직금의 역설
  • 정지서 기자
  • 승인 2020.12.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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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퇴직금 3억원, 신청해야 할까요'

직장인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40대 은행원의 고민이다. 예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퇴직금에도 은행원의 고민은 깊어진 모양새다.

SC제일은행과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희망퇴직 시즌이 시작됐다.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도 내년 1월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는 만 40세에 접어든 1980년생도 퇴직 대상에 포함되는 분위기다. 적극적인 희망퇴직 신청을 도모하고자 은행들은 올해 퇴직금 지급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직급과 출생연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대 40개월 안팎의 월급을 일시에 지급받는 추세다. 또 수천만 원의 취업 장려금, 자녀 학자금, 가족 여행 상품권 등 다양한 복지 혜택도 마련했다.

사실 은행의 목표는 하나다. 인력구조 개선을 통한 중장기 비용 감축이다.

올해 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늘어난 대출자산에 저금리 환경에서도 예대마진이 크게 늘어서다.

이에 4분기 일회성 비용을 크게 감당하더라도 중장기 전략 차원에서 인력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히 확대된 비대면 영업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갈수록 은행 영업 점포는 줄여야 하지만, 정부에선 양질의 일자리란 수식어를 내세우며 은행권 채용을 강요하고 있다. 기존의 인력을 줄여야 하는 은행들은 고육지책으로 퇴직금을 늘렸다.

하지만 억 소리 나게 늘어난 퇴직금만큼 희망퇴직 신청을 마주한 직원들의 고민도 커졌다. 코로나19가 만든 미래의 불확실성 탓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만 한 든든한 자산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퇴직한 선배들이 일시에 사들인 은행주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반 토막이 났다. 지금은 손실을 다소 보전했다지만, 퇴직금 투자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필요할 때 대출이라도 할 수 있도록 직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존버'를 권하는 주변 사람들도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일시에 지급되는 퇴직금으로 부동산에 투자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세금 탓에 그 역시 어렵다"며 "그렇다고 치킨집을 낼 수도 없고, 주식 투자 적기라지만 이제는 너무 많이 오른 게 아닌가 싶어 겁난다. 자녀들이 다 크기 전까진 그래도 월급만 한 게 있을까 싶어 고민이 된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선 늘어난 퇴직금이 은행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경영지원 담당 임원은 "조직의 선순환을 위해서도 비정상적인 인력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에 돈을 더 주고도 내보내겠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이 앞으로 어려워질 수 있는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올해의 어닝서프라이즈가 은행의 장밋빛 미래는 아니다. 부채가 쌓이는 기업과 가계, 뱅킹에 도전한 빅테크가 은행이 마주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책금융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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