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올해 생명보험사 매도가능증권이 57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생보사가 금리 하락 속에서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 등을 염두에 두고 매도가능증권을 늘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상승해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 매도가능증권은 지난해 12월 396조7천466억원에서 올 9월 453조7천309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만기보유증권은 140조9천96억원에서 106조2천130억원으로 24.6% 감소했다.

최근 1년간 매도가능증권은 25.3% 증가했다. 이 기간 만기보유증권은 39.0% 줄었다.

전문가는 생보사가 올해 채권을 매입한 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매도가능증권이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보사가 올해 채권을 사서 대부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금액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DGB생명이 올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했는데 규모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월 DGB생명은 4조원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DGB생명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 3월 말 187.54%에서 6월 말 325.25%로 137.71%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참가자는 생보사가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과 처분이익 등을 염두에 두고 매도가능증권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하락할 때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이 증가해 보험사 자본이 증가하고 지급여력(RBC) 비율이 상승한다"며 "이를 노리고 보험사가 매도가능증권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매도가능증권을 처분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도가능증권 처분이익은 당기손익에 반영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상승해 보험사 자본관리에 부담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채권 수급 부담에도 올해 9월까지 금리가 하락했다"며 "하지만 최근에 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금리 상승 시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이 발생해 보험사 자본이 감소하거나 RBC 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며 "자본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12월 말 1.683%에서 올 9월 말 1.430%로 25.3bp 하락했다.

같은 기간 30년물 금리는 1.682%에서 1.577%로 10.5bp 내렸다.

이달 3일 기준 국고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1.669%, 1.740%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4bp 하락했다. 30년물 금리는 5.8bp 올랐다.

다만 금리 상승에도 생보사가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노건엽 연구위원은 "계정 재분류에 나서는 생보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유지한다고 했고 저금리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그는 "2023년이면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도 도입된다"며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 계정 재분류로 RBC비율을 관리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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