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 타이틀을 달았지만, 김현미 장관이 결국 집값 안정이라는 현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교체됐다.

청와대는 김 장관의 취임 이후 1천261일째인 4일 김 장관의 후임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했다.

정종환 전 장관이 근무했던 약 3년 3개월(1천189일)의 기록을 넘어섰고 후임 장관이 정식 취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임 기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017년 6월 취임 이후 집값 상승의 주원인을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이라고 단언하면서 각종 규제 대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시장의 불안 양상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 온 김 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란 지적에 청와대가 교체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었지만, 최근의 시장 불안에 대한 국민 불만이 고조되면서 결국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취임 후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높이고 고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끌어올리는 등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규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하지만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오히려 다주택자에 혜택을 주고 투기를 방조하는 정책이 됐다는 지적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대거 풀리면서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것까지 통제할 순 없었다.

직설적인 화법과 신념에 찬 정책 행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온 말들이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돈을 끌어모은다)해 집을 사는 것이 안타깝다는 김 장관의 발언은 30대의 현실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주택 매매자금으로 전용되는 전세대출을 막고 청약제도 강화로 가점이 낮은 30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최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라는 발언도 문제가 됐다.

서울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아파트 공급이 많아야 한다는 지적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비유적인 표현이었지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발언에 빗대 '빵투아네트'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 장관은 교체 의사를 일찌감치 청와대에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 출마 고려해 장관직에서 떠나는 것을 고심했지만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루진 못했다.

집값 불안에 대한 국민 불안으로 김 장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국토부 내부 공무원들의 신임은 두터웠다.

수십 년간 지속된 건설업계 업역 칸막이 규제를 푼 것이나 포용적 주거복지 체계 확충,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 스마트시티 보급 등은 성과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 장관 취임 이후 국토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힘이 실렸다"며 "외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지만, 내부적으로 김 장관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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