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빅피겨인 1,100원 선을 하향 돌파한 지 하루 만에 1,090원 지지선도 내주면서 환율이 어디까지 하락할지 서울 외환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4일 예상보다 빠른 달러-원 하락세를 우려하면서도 펀더멘털이나 수급 등 대내외 재료가 모두 달러-원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달러-원 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1,090원 선을 하향 돌파하며 1,080원대 중반으로 레벨을 낮췄지만, 당분간 1,080원대에서 하단이 지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1,080원 선이 무너진다면 다음 지지선은 미중 무역분쟁 이전 수준인 1,050원대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2시 32분 현재 전일보다 14.70원 하락한 1,082.30원에 거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기대가 소화된 가운데 미국 경기부양책 논의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위험선호 분위기가 살아난 영향을 받았다.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나타냈고 미국 달러화도 사흘 연속 2년 반만의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달러 인덱스는 90.6선까지 하락했고, 유로-달러 환율은 1.21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11월 들어 강세가 주춤했던 위안화도 간밤 강세를 재개하면서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6.52위안대에 진입했다.

여기에 국내 수급 상황도 달러 매도가 우위를 보이면서 달러-원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 들어 달러-원 하락세를 이끌었던 역외 달러 매도 물량은 일부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꾸준히 유입되며 환율 하락을 주도했다.

네고물량도 대기하는 가운데 그동안 1,100원 빅피겨에서 하단이 막히며 달러를 매수했던 일부 포지션에 대한 정리물량도 나오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대량으로 증권을 순매수한 점도 여전히 달러-원에는 부담스러운 하락 재료다.

외국인의 역대급 증권 매수와 연말에 몰린 중공업체 수주 등 관련 물량이 아직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앞으로 해당 물량의 출회 여부가 향후 달러-원 하락 폭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달러 사자가 없는 상황이라 빠르게 1,080원대에 진입했다"며 "시장 심리도 심리지만 반도체 업황이나 펀더멘털 등 원화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환시 참가자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하락한 환율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1,080원 선에서는 1차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당국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하단 지지 재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1,090원 선에서 강력하게 지지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1,080원대로 내려왔다"며 "아직 쏠림이 과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매도 심리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10원 빠질 때마다 수출기업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당국도 이를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가파른 하락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위안화도 강세를 재개했지만, 11월 중순 이후 강세가 제한되고 다음 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를 앞두고 유로화도 1.21달러 이상 강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인 달러 약세도 주춤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선진국 지표 부진과 9월부터 쉼 없이 내려온 달러-원 환율 등을 고려하면 속도가 잦아들 것으로 본다"며 "1,080원 다음 지지선은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되기 전인 1,054원 선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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