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파티 브레이커' 사라진 자산시장
[데스크 칼럼] '파티 브레이커' 사라진 자산시장
  • 황병극 기자
  • 승인 2020.12.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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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자산시장의 파티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실물경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은행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인하한 데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 3월 연 0.50%까지 낮췄다. 그런데도 실물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탓에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기조가 강화되고, 그 결과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을 보면 11월에 은행 가계대출은 13조6천억원이나 급증했다. 지난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6조2천억원 늘었고, 신용대출은 7조원 이상 폭증했다.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코스피지수는 전대미문의 2,700선을 넘어 2,800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매맷값과 전셋값이 모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부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일부 아파트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예금금리가 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게 개인들의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어떻게든 빚을 내서라도 어딘가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리는 형국이다. 이러한 조바심은 고스란히 '빚투'와 '영끌'로 대변되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여전히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풀린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만 유입되면서 자산가격이 요동치지만, 정작 실물경제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자산가격 과열에 '파티 브레이커'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층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도 좌표를 잃은 지 오래다. 자산가격이 급등한 탓에 화폐로 표시되는 노동의 상대적인 가치는 더욱 쪼그라들고, 집값과 전세값이 폭등한 탓에 전월세 난민으로 전락한 이른바 '벼락 거지'의 박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불로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한 가격거품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다. 자칫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 IMF 외환위기가 그랬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랬다. 최근 정책당국자의 입에서 실물과 금융시장의 괴리, 완화적인 거시경제정책의 정상화 가능성 등이 언급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아직은 집값 폭등에 대한 '립서비스'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파티가 끝나면 자산 버블을 용인한 중앙은행이 됐든, 뒤늦게 레버리지 투자에 편승한 투자자가 됐든 누군가는 파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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