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은행과 증권업계가 소송과의 전쟁을 이어가게 됐다.

제재심의 징계 수위가 최고경영자(CEO)의 직무를 정지하는 문책경고 이상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소송이 길어질 경우 경영시계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환매가 중단되며 대규모 손실이 인지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독일헤리티지·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관련 제재심을 앞둔 금융회사는 은행 6곳과 증권사 4곳, 총 10곳이다.

이중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은 증선위와 금융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내년 1월부터는 라임펀드를 판매한 우리·신한·기업·산업·부산은행에 대한 제재심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2월에는 옵티머스 펀드를 판 NH투자증권, 4월 이후에는 라임·독일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를 모두 판매한 하나은행이 주된 제재심 대상이다.

이들 대부분이 투자자에게 가지급금을 제공하는 등 사후정산 방식의 손해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는 빠르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사태 관련 제재심의 경우 금감원이 검사 결과를 통보하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 세 차례 정도의 제재심이 열렸다.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한 달 안팎이다.

기관에 대한 징계는 증선위와 금융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결과 통보까지는 최소 두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절차가 많이 지연된 만큼 현 상황이 진정된 내년에는 (제재심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게 내부 방침"이라며 "일정대로라면 상반기 내 10곳 금융회사의 제재심 결과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제재심에서 결정할 경영진을 향한 징계 수위다.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를 대상으로 열린 제재심에선 전·현직 CEO를 향한 중징계가 쏟아졌다.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당시 은행장들을 향한 중징계가 결정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징계의 대상이 됐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금감원의 결정에 불복,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행정소송에 돌입해 CEO 제재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변론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라임펀드 판매사 제재심에서 현직 CEO로는 처음으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의 경우 향후 3년간 임원 선임을 제한받는 수위지만, KB금융지주는 최근 박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다른 금융회사도 사모펀드 손실 사태와 연루된 현직 CEO 대다수가 연임됐다. 금감원의 과도한 CEO 제재에 대해선 소송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뜻이다.

라임펀드 판매사 관계자는 "당국이 이야기하는 선관의무와 책임, 시장을 향한 시그널 등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엄연히 업무로 구분된 CEO에게 그런 책임을 다 지게 하는 것은 금융회사 경영을 압박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이 다른 사모펀드 판매사 CEO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결정한다면 행정소송을 선택할 금융회사는 더 늘게 된다. 금융회사의 일상적인 경영이 원활히 돌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금융당국에 맞서는 CEO 리스크는 회사에도 적잖은 부담이다.

기관에 대한 중징계가 금융회사의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것도 이들 금융회사에는 악재다. 현재 10곳의 금융회사는 빅테크와의 경쟁에 맞서 샌드박스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기관경고의 경우 1년간 신사업 진출이 막히고, CEO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은 최소 1~2년이 걸리는 문제"라면서 "당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된다는 점이 큰 부담이지만, 행정소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어 최종 제재 수위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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