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임하람 기자 = 2020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대외 이슈에 특히 민감하게 움직이면서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대 변동성을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달러 유동성이 말랐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외환 당국의 노력에 유동성이 회복됐다.

글로벌 주요국의 적극적 재정정책과 통화 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위험자산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 과정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역대 최대 해외주식 순매수를 기록했다.

미국 대선도 서울외환시장이 특히 주목한 이슈였으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외환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북한 이슈와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등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무역분쟁은 외환시장을 언제든 안전자산 선호로 돌아서게 만드는 심리적 악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코로나19 확산은 올해 서울외환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된 후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했다. 각국은 국경을 봉쇄하는 등 코로나 유입 차단 노력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글로벌 교역량이 급감했고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4.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원 환율은 코로나19 1차 팬데믹이 발생했던 지난 3월 1,296.00원까지 급등한 후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국가별로 팬데믹이 지속되기도 했지만 달러 유동성 공급 덕분에 금융시장은 위험자산 선호로 돌아섰고, 달러-원 환율은 12월 중 1,080.90원까지 하락했다.

각 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12월에는 미국에서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연중 변동성은 215.10원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이후 최대 폭이었다.

◇증권사 마진콜 사태

지난 3월 서울외환시장에서의 환율 급등 직접적인 원인은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에 따른 증거금 부족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에 ELS 기초자산으로 널리 사용됐던 미국과 유럽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증권사가 ELS를 판매한 후 자체헤지한 파생상품 포지션에서 증거금을 채워 넣어야 하는 사태가 생겼다.

증권사들은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해왔지만 달러 유동성 부족과 3월 분기 말이 겹친 데 따른 은행의 규제 비율 관리 등에 달러 조달이 어려워졌다. 3월 첫째 주 1년 구간 FX 스와프포인트는 일평균 1.00원 내외 하락했지만,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하루 하락 폭이 10.00원을 넘는 등 폭락세가 나타났다.

불리한 가격에도 달러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증권사는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매수하면서 환율을 더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원화 채권을 매도하거나 기업어음(CP) 발행 등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달러를 구하면서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채권시장의 변동성까지도 확대됐다.

당시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CP 금리는 2% 후반대로 위기 이전 1.5%대보다 100bp 이상 오르기도 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초 완화 통화정책

코로나19 확산은 실물 경제와 금융 양쪽에 타격을 줬다. 각국은 실물 경제 추락 방어를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했다.

미국은 올해 3월 2조3천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고 12월 중 9천억 달러의 추가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했다.

미국의 부양책은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비롯해 중소기업 직원 급여와 임대료를 대출해주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등이 포함됐다.

중앙은행의 초완화 통화정책도 코로나 확산이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팬데믹 확산에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확 낮췄다.

뒤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50bp 인하했다. 유럽과 호주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모두 0%대로 낮췄다.

연준은 금리 인하에 이어 정부의 재정정책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았다. 재무부 자금을 종잣돈으로 해서 최대 10배가량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회사채 매입을 위한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PMCCF)와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 개인 소비자 금융을 지원하는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기구(TALF), 지방채 지원 기구(MLF)를 설립해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또,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MSLP)으로 실물경기에도 직접 자금을 투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이름의 7천500억 유로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3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안정시킨 것은 미국이 일부 국가와 체결한 통화스와프였다.

미 연준은 한국을 비롯한 9개국 중앙은행과 300억~6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발표했다. 글로벌 달러 자금 경색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연준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후 만기를 두 차례 연장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만기는 내년 9월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달러 유동성 부족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웠고, 연준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금융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 올해 역시 통화스와프 체결과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서울외환시장에 공급하면서 환율이 빠르게 안정됐다.

달러-원 환율은 통화스와프 체결이 발표된 날 39.20원 급락했다.

◇글로벌 유동성 공급에 위험자산 강세

올해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최대 혜택을 받은 것은 주식 등 위험자산이었다.

다우지수는 코로나19 확산 직전이었던 2월, 3만 포인트를 돌파하지 못했지만, 12월 18일 3만 포인트를 넘어섰다. 다우지수는 코로나 확산 직후였던 지난 3월 23일 18,213.65까지 하락한 후 빠르게 주가를 회복했다.

코스피는 지난 2월 2,260선에서 1,439.43까지 하락한 후 반등하면서 2,782.79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유동성에 자산 가격이 오른 것은 주식뿐만이 아니었다.

국제 금 가격은 3월 온스당 1,450.90달러까지 하락했다가 8월 2,089.20달러로 높아졌다. 이후 소폭 조정을 받으면서 1,882.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구리 가격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 4,371.00달러에서 8,028.00달러로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대두 가격도 4월 808.25달러에서 1,252.25달러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금리는 3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급락했다가 서서히 오르고 있다.

미 10년물은 3월 0.3802%에서 12월 0.92%대로 높아졌고 한국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3월 1.370%까지 낮아졌지만, 12월 중 1.7%를 웃돌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기 전인 연초 수준까지 되돌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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