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초강세

올해 서울외환시장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위안화 초강세였다.

위안화는 지난해 10년 만에 달러당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에 진입하며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분위기가 반전돼 급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중국 경제의 비교적 빠른 회복,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자본으로 대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안화의 초강세가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 등 일부 IB들은 내년 위안화가 10% 추가 절상돼 위안화의 달러당 가치가 6위안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강세는 특별히 더 큰 의미를 가졌다.

특히, 원화가 위안화에 그대로 연동되며 위안화 '프록시(proxy)' 통화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다수의 외환 당국자가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및 글로벌 달러 약세

하반기 외환시장을 뒤흔든 이슈는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수년간 유지되어 왔던 달러화 강세 흐름이 약세로 대전환됐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자의 당선이 예측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달러 약세 베팅을 시작했다.

민주당 소속 바이든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더 큰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달러화 약세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에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등 여러 변수가 있었으나 바이든 후보자가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달러화 약세 흐름은 추세적 흐름으로 굳어졌다.

올해 5월 100선을 넘어서 102.9까지도 올랐던 ICE 달러화 지수는 올해 12월 90선을 깨고 내려가 8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에도 세계적인 완화정책 등으로 달러화는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학 개미

서학 개미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의미한다.

지난 3월 말 코로나19로 세계 주가지수가 폭락했을 당시 주식을 싼값에 매수하려는 동학 개미가 주가를 떠받친 것처럼 서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달러화를 대거 매수한 것이다.

올해 서울외환시장에서 주목받았던 흐름은 기존 은행, 기업이 주도하던 외환시장에 개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서학 개미와 같은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확보하려 나섰고 개인이 외환시장의 강력한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한편 올해 7월 이후 달러-원 환율이 급락 추세를 나타내면서 서학 개미들은 손해를 입게 된 실정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은 물론, 미국 주식에 대한 양도세까지 지불해야 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한 리스크, 연초 미-이란 군사적 충돌

서울외환시장에서 지정학적 불안을 촉발하는 뉴스는 매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올해 역시 북한, 중동을 둘러싼 뉴스들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터지며 안전 자산 선호 심리를 촉발하고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켰다.

다만, 지정학적 이슈는 달러-원 환율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쳤다.

올해 새해 벽두부터 달러-원 환율은 이란과 미국의 갈등에 두 자릿수 움직이며 출렁이는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1월 8일 전해진 이란의 이라크 공군기지 공습 소식에 달러-원 환율은 장중 13원 가까이 급등하며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4월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달러-원 환율이 요동쳤던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 4월 21일 미국 CNN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위중한 상태'라고 보도하자 다음 날 달러-원 환율은 20원 가까이 튀어 오르며 대외 헤드라인에 여전히 민감한 서울환시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중 무역분쟁

한편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주목받으며 서울외환시장에서도 가장 큰 화두였던 미·중 무역분쟁은 올해는 비교적 조용히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2019년 12월 1단계 무역 합의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올 한해는 양국의 갈등이 다시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아서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1월 발표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부터 제외했다. 또 중국은 무역 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미국산 상품의 수입을 이어갔다.

다만, 양국이 갈등이 파탄은 벗어났으나 여전히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상반기 중국의 경제가 멈춰서다시피 하면서 중국은 미국에 약속한 구매 약속을 절반 정도밖에 이행하지 못했고, 양국의 갈등이 통상 영역을 벗어나 기술, 안보, 군사, 인권, 홍콩 등 전 영역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발발을 둘러싼 책임론으로 양국의 갈등이 악화할 수 있고, 바이든 당선자가 펼칠 대중 정책이 시장의 예상보다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은 내년에도 금융시장 및 서울외환시장에 도사린 대형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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