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노요빈 기자 = 올해 서울 채권시장의 가장 큰 이슈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과 이에 따른 당국의 조치 등이 꼽힌다.

한국은행이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와 국고채 단순매입 등 조치에 나서는 한편 기획재정부는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과정에서 적자국채를 대규모로 찍어내기도 했다.



◇ 기준금리 0% 시대…한은, '빅컷' 포함한 75bp 인하 단행



올해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0%대 영역으로 진입했다.

기준금리는 두 차례에 걸쳐 50bp, 25bp씩 하락하면서 현 0.5%까지 내려왔다.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맞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3월 16일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했다.

임시 금통위가 열린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두 차례뿐이었다.

이어 한은은 지난 5월에 경기 침체에 대응해 25bp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

올 한 해 한은의 금리 인하는 이례적인 수준까지 과거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행보에 비하면 다소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이주열 총재가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 특별점검 회의에 참석한 뒤에 임시 금통위가 열린 점은 통화정책 중립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코로나 위기 속 금통위원 교체…'비둘기파 떠나고, 한 명은 유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금융통화위원 교체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한은이 지난 3월 '빅컷' 50bp 인하를 단행한 이후에 추가 인하 가능성은 새로 임명되는 금통위원들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임기가 만료하는 조동철, 신인석 위원은 대표적인 비둘기파적 성향이라는 점은 금통위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두 위원은 임기 만료 직전인 4월 금통위에서도 25bp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금통위를 마지막으로 이일형, 조동철, 신인석 위원은 임기를 마치고, 고승범 위원은 총재 추천을 받아 연임이 결정됐다.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기 위해 연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임 금통위원 자리에는 조윤제, 주상영, 서영경 등 세 명의 위원이 임명됐다.

이들은 5월 금통위에서 25bp 추가 인하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다만 조 신임위원은 취임 후 보유주식 문제로 첫 번째 금통위 금리 결정에서 제척됐다.

조 위원은 인사혁신처에서 직무 관련성 판단을 받고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한 뒤인 7월 금통위부터 의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로써 새로운 금통위의 진용이 다사다난하게 마무리됐다.



◇ 추경만 4번, 역대급 국고채 발행량…한은 국채매입 지원도



올해 채권시장에는 통화정책과 더불어 재정정책 이슈가 크게 작용했다.

국고채 물량이 쏟아지면서 채권 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약세 압력을 받았다.

특히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올해에만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됐다.

그 사이 연간 국고채 발행량은 174조5천억 원에 달했다. 당초 본예산(130조2천억 원) 대비해 40조 넘게 급증했다.

물량 부담이 커지자, 한국은행을 향한 국채 매입 기대감이 모아졌다.

한은은 국고채 수급 불균형 등으로 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면 추가 매입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한은은 연 11조 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진행했다. 지난 9월에는 연말까지 5조 원 내외의 매입 확대 계획을 밝혔다.

다만 시장은 주요국 중앙은행보다 소극적인 한은의 매입 스탠스에 대한 불만이 큰 모습이다. 내년도 한은의 매입 스탠스에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 국고채 2년물 신설, 국채시장 수급 부담 덜까



기재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국고채 발행 물량이 상당한 규모로 예정되면서 물량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공개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국고채 2년물 신설이다.

코로나 3차 유행 등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2년물을 신규로 발행하면서 10년물을 포함한 장기물 발행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발행 만기를 조정하면 국고채의 발행 듀레이션이 감소해 수급에는 우호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내년 국고채 한도는 176조4천억 원으로, 올해 대비 1조9천억 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2년물 비중은 전체의 8~9%로, 약 14~16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국고채 2년물과 만기가 겹치게 된 통안채 발행에도 변화가 생길지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만기 2년 구간에 대한 구축효과 우려가 나오는 만큼 통안채 물량 조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안채는 지난 2015년 이후 순상환 추세를 보이는데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해졌다.



◇ 장단기 금리차 확대일로…공급 부담에 내년도 경기 반등 기대까지



올해 채권시장에는 장단기 금리차 확대가 유독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국고 3년과 10년물 스프레드는 지난 5년 반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 금리가 기준금리와 적정 스프레드를 유지하는 반면에 장기물은 수급 부담에 약세 압력이 커진 영향이다.

내년에는 국내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커브가 가팔라지는 요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2%와 3.0%로 제시했다.

국내 수출이 점차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증가세를 보인 점도 긍정적이다.

수출은 지난달(4% 증가)에 이어 12월에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과 함께 상대적으로 코로나 확산을 잘 방어한 국가로 손꼽히면서 내년도 경제 회복세가 빠를 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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