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 달러화 가치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진정되면서 약세를 보였다.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미래 관계 설정을 위한 무역협상 등이 크리스마스 연휴 전에 타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에 속도가 나고 있다는 소식도 위험통화에 대한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됐다. 연말 휴가 시즌을 앞두고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전형적인 연말 장세는 여전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03.497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3.673엔보다 0.176엔(0.17%)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에 유로당 1.21953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1569달러보다 0.00384달러(0.32%) 상승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26.22엔을 기록, 전장 126.03엔보다 0.19엔(0.15%)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41% 하락한 90.296을 기록했다.

브렉시트 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인 어업 협상에도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EU와 영국의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방송 등은 양측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흥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업과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과 관련한 이견이 핵심 쟁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이날 밤이나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협상 타결이 발표될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소식에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해 1.07% 급등한 1.35058달러에 거래됐다.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 백신 1억 도스(1회 접종 분량)를 내년 7월까지 추가로 미국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파장도 감지됐다. 미국이 총 2억 도스의 화이자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위험선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화이자와 1억 도스의 백신 계약을 체결했고 이번달 초 화이자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얻은 뒤 미국 전역에 백신을 배포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9천억 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은 의외의 암초를 만났지만, 파장은 제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재정부양책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메시지에서 전날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경기부양법이 "정말로 수치"(It really is a disgrace)라면서 서명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금지급 규모를 3배로 증액할 것으로 요구하는 등 의회를 압박했다.

이에 앞서 미국 하원은 표결을 통해 경기 부양 법안을 359 대 53으로 통과시켰다. 상원도 91 대 7로 가결했다. 이번 부양책은 올해 3월 2조3천억 달러(2천550조 원)에 이어 미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 경제지표는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신호가 엇갈리면서 시세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됐다. 지난 11월 미국의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 제품) 수주 실적이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지난 10월의 1.8% 증가, 9월의 2.1%와 비교해서는 증가 폭이 다소 줄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 0.5% 증가는 상회했다. 지난 19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전주보다 8만9천 명 감소한 80만3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 88만8천 명보다 적었고 3주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1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월 대비 0.4%(계절조정치) 감소했다. 지난 4월 이후 첫 감소세였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0.4% 감소에 부합했다.

TD증권의 선임 외환전략가인 마젠 이사는 "3월과 비교해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더 낮다"면서 "백신은 여름 이후 우리가 알고 있던 달러화 약세를 기본으로 확립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지만 단순히 기술적 지표와 모멘텀 지표들 때문에 달러가 새해 들어 강세를 보이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수석 통화 전략가인 시니치로 카토타는 "사람들은 코로나19와 브렉시트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분위기가 바뀔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가 여태까지 약세를 보인 정도를 고려할 때 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일부 되돌림이 있을 수 있지만, 당분간 달러화는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얼마나 이런 태도를 견지할지 혹은 그가 정말로 이런 변화를 요구하는지도 모를 일이다"면서 "지금까지의 잠잠한 반응은 외환시장이 이 법안이 어떤 형태로든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n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6시 3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