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에 대해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치를 부과하면서 배달앱 2위인 요기요 인수를 둘러싼 경쟁 구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배달시장 진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쿠팡은 물론, 유통 대기업과 네이버 등 IT 대기업들도 인수 후보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요기요의 몸값이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공정위가 조건을 내 건 6개월 내 매각 성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정위는 28일 DH가 배달의민족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을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위는 국내 배달 앱 1·2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 99%에 달하는 독점적인 사업자가 탄생해 경쟁제한성이 크고, 배달료 등 가격 인상 압력이 높은 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또 쿠팡이츠의 시장점유율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배달의민족-요기요의 경쟁압력으로 작용하기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특정 사업 전체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건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 인수를 위해 기존 사업 요기요를 포기하라는 건 사실상 M&A 불승인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DH는 배달의민족을 얻기 위해 요기요를 매각하든지 합병을 철회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우선 DH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당장 요기요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시간을 벌며 실익을 따져볼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해 국내 시장을 확대하겠다던 합병의 목적이나 취지가 사라진 격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 측과 합병 승인 무산 시 계약조건이나 후속 계획 등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DH가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대로 요기요 매각하기로 한다면 새로운 시장 2위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의 절반인 30%가량으로 요기요의 가치는 2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3위 쿠팡이츠(6.8%)나 4위 위메프오(1.2%)가 요기요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시장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쿠팡은 지난해 8월 배달앱 시장을 겨냥해 쿠팡이츠를 출시한 지 1년 여 만에 전국으로 배달 지역을 확대하고, 심야 배달 등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하는 등 공격적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쿠팡이츠 이용자는 150만722명으로 1년 새 339.3%나 급증했다.

폭발적 성장세의 쿠팡이츠와 2위 사업자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배민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위메프도 사내벤처 형식으로 시작해 하나의 사업부로 운영되던 위메프오를 지난 10월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면서 배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매년 조 단위 영업손실을 내는 쿠팡과 수백억 원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위메프가 2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하다.

요기요 역시 매년 매출은 늘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이 7조원에 달해 인수할 경우 재무구조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 출혈경쟁이 심화하고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조단위 자금을 쏟아붓는 데 대한 회의감도 존재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언제 어떻게 이탈할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기업 시너지를 예측하는데 변수가 많다"면서 "쿠팡과 위메프가 과감한 결단(요기요 인수)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우아한형제들 지분 4.7%를 소유한 주요주주로 겸업 금지 조항 등에 걸려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카카오 역시 주문하기 서비스를 통해 배달 시장에 진출하긴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사업 확장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일각에서는 DH가 요기요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DH는 배달의민족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출혈경쟁을 막고, 아시아 시장 개척 등 시너지를 창출하려 했으나 요기요를 포기할 경우 이 같은 인수 취지가 사라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DH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막대한 피해가 따른다"면서 "이번 기업결합 불승인 사례는 향후 스타트업의 사업 확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2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