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에 대해 '요기요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합병 이후 공룡 배달앱 탄생에 따른 소비자와 음식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배달 수수료 인상 제한 등의 조건을 붙이더라도 결국 가격 인상과 진입장벽 강화 등 독과점에 따른 폐해가 불가피해 지금처럼 최소 2개의 배달앱 사업자가 존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플랫폼 경쟁이슈 종합세트…배달앱 시장으로 상품시장 제한해 판단

DH는 지난해 12월 13일 배달의민족을 보유한 우아한형제들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계약을 맺고 그달 30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양사는 DH의 첨단 물류시스템과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 능력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배달앱은 음식점과 소비자, 자체배달까지 하는 경우 라이더까지 관련되는 다면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번 결합은 경쟁자 인수와 음식점 수수료 인상, 노출순위 조정 등 주요 경쟁이슈가 모두 들어 있다.

또 배달대행과 공유주방 등 연관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 문제도 연결돼 경쟁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공정위는 소비자와 음식점 측면에서의 대체 가능성, 기능 차이 등을 고려해 상품시장을 직접 전화주문이나 프랜차이즈 음식점 앱 등과 다른 배달앱 시장으로 획정했다.

배달앱에서는 다양한 음식점 정보 제공과 할인혜택, 편리한 결제 등 다른 서비스와 구분되는 기능이 있고 소비자는 편해서 배달앱을 계속 사용할 의사가 강하고 음식점도 매출증대 효과가 커서 광고비 대부분을 배달앱에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DH는 전화 주문과 배달앱 주문이 같이 경쟁하는 시장이어서 같은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공룡 탄생에 소비자 혜택 줄고 음식점 수수료 오를 것"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 간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할인 혜택이 감소하고 음식점은 수수료 인상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중심으로 배민-요기요 합병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공정위는 할인 프로모션 경쟁을 하던 유력한 경쟁자가 없어지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프로모션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인상압력지수(GUPPI) 분석 결과 결합 후 경쟁제한성 판단의 임계치인 5~10%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점유율과 쿠폰 할인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을 때도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방보다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주문 건당 쿠폰할인을 덜 제공한 사실이 존재한다고도 봤다.

양사가 합병하면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기존 입점 음식점들에 대한 수수료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점들은 배달앱을 통한 매출 비중이 상당해 수수료가 높아져도 배달앱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올해 쿠팡이츠의 급성장에도 배민과 요기요 입점 음식점의 수수료율은 과거와 같았거나 오히려 높아졌다.

◇ 쿠팡이츠·네이버 간편주문 영향력 작아

업계에서는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후발주자의 부상이 양사의 독과점 우려를 낮춰 기업결합 승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봤지만 공정위 시각은 달랐다.

배민과 요기요의 점유율 합계는 작년 기준 99.2%로 1위고 지난 5년간 점유율이 높게 유지돼왔다.

공정위는 과거 5년간 점유율이 5%가 넘는 경쟁 배달앱이 없었고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높아졌지만 전국 기준으로 5% 미만이라 충분한 경쟁 압력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 모델은 일반 자체배달 모델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데다 수도권과 광역시 외에 상대적으로 주문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에서까지 쿠팡이츠가 배민-요기요를 위협할 정도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DH는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이 빠른 데다 네이버 등 포털은 이미 음식점 정보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스타벅스도 배달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배달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 배달앱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인접 시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포털이나 지도 앱을 통해 음식점을 검색한 뒤 주문버튼을 통해 주문하는 네이버 간편 주문의 경우 작년 거래실적이 배민의 1%에도 못 미쳐 경쟁 압력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또 진입 초기에 소비자와 음식점 확보를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경쟁 배달앱이 신규진입을 위한 적절한 기간으로 보는 2년 안에 충분한 경쟁사로 성장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hjlee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2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