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화의 가속화, 빅테크의 본격적인 금융시장 진입 등으로 금융산업 구조변화를 겪은 금융지주들이 내년도에는 디지털 조직을 한층 강화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기존 디지털혁신총괄(CDIO, Chief Digital Innovation Officer)을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Chief Digital Platform Officer)로 변경했다.

CDPO는 그룹의 디지털플랫폼 혁신뿐만 아니라 디지털플랫폼 내 고객경험 개선과 품질보증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 한동환 전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이 내년부터 그룹 CDPO를 맡게 됐다.

국민은행은 디지털, IT, 데이터 등 기능별로 분리되어 있던 조직을 플랫폼조직으로 전면 개편했다.

플랫폼조직은 기획과 개발, 운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데브옵스(DevOps)' 조직으로 기획을 담당하는 직원과 IT 담당 직원이 함께 근무하며 소통하고 협업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국민은행은 플랫폼조직을 크게 3가지로 구분했다. 고객 중심의 상품·서비스 혁신을 지향하는 'Biz플랫폼', 기술 역량을 고도화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전행 지원형 플랫폼', 전행의 기술적 기반을 관리하는 '인프라형 플랫폼' 등이다.

이를 통해 국민은행은 과거 단일조직(디지털금융그룹) 중심으로 추진했던 디지털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행 차원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이 내년에도 KB금융의 디지털혁신부문장에 자리하게 됐다. 허 행장은 지난 2018년 말 해당 자리에 선임된 이후 3년 연속 은행을 넘어 그룹 전체의 디지털, IT, 데이터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신한금융은 그룹 관점에서 빅데이터 사업을 담당할 그룹 빅데이터부문을 신설했다. 내년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계의 데이터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수장으로는 신한은행에 영입된 김혜주 상무를 지주와 은행을 겸직하는 빅데이터부문장(CBO)로 선임했다. 김 상무는 앞으로 그룹의 빅데이터 전략 수립과 공동사업 발굴을 담당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지주사와 은행이 통합적으로 그룹 차원의 디지털 '퍼스트(First)' 가속화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황원철 우리금융 디지털추진단 전무 겸 우리은행 DT추진단장이 그룹의 디지털 전반을 도맡게 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내년에 '영업/디지털그룹'을 신설한다. 디지털 혁신과 영업의 연계성을 높이고 대면·비대면 영업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영업/디지털그룹은 올해 개인그룹 겸 디지털금융그룹장이었던 박완식 상무가 맡는다.

하나은행은 기존 미래금융, 리테일, 자산관리 등 기능 중심으로 분리됐던 조직을 고객 중심의 '디지털리테일그룹'으로 통합했다. 고객에게 상품, 채널, 마케팅, 고객관리 등 다양한 기능이 맞춤화되어 전달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디지털리테일그룹 내에는 사업, 디지털, IT가 융합된 '다기능 팀(Cross-Functional Unit)'을 일부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팀 중심 조직체계가 도입됐는데, 업무체계의 중심을 상위조직인 부서에서 팀 중심으로 전격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무자가 능동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 의사결정 단계도 '팀 리더-임원-CEO'로 간소화됐다.

이처럼 주요 금융지주가 앞다퉈 디지털 조직을 신설하고 개편하게 된 원인으로는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화가 가속화하면서 비대면 금융에 대한 수요가 커진 점이 주효하게 꼽힌다. 이와 맞물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들의 적극적인 금융업 진출, 핀테크업체들의 영향력 강화 등도 금융지주들의 조직 혁신을 불러왔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예상되는 금융산업의 구조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 각 부문에서 비대면 영업이 확산됨을 감안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면 금융기능의 분업과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기존 금융회사는 금융서비스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빅테크와 협업하거나 경쟁하는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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