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올해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은 신축년(新丑年) 새해 신년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치열해진 경영 환경을 돌파하는 방법으로 고객 중심 경영을 공통으로 꼽았다.

코로나19로 환경과 생명에 대한 경각심이 올라간 데 따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나 안전 경영도 최우선으로 언급했다.

거세진 사회·경제적 변화의 바람에 맞서 신사업을 발굴하고 강화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 불확실성 돌파의 키워드는 '고객 중심'

4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대부분의 기업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무식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총수나 CEO의 신년사도 영상 또는 전자우편으로 전달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유독 '고객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는 총수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천명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를 계속 구체화했다.

구 회장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더욱 개인화되고 소비 패턴도 훨씬 빠르게 변하면서 고객 안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제는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속 열망을 찾아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 고객 감동을 키워갈 때"라고 당부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역시 "고객 중심의 고객가치 경영'을 위해 실질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고객의 가격·품질·납기 등과 관련한 페인 포인트 해결뿐만 아니라, 고객의 미래 변화 방향과 핵심 니즈에 연구·개발(R&D), 제품 개발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고객가치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진화하는 고객을 정확히 감지해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리만의 역량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MZ세대에게 익숙한 라이브커머스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키워가는 등 디지털화를 착실히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 또한 "고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LG 팬덤을 만들 수 있는 미래 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자"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일상의 업무에서도 고객과 인류를 최우선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협력업체를 비롯해 우리와 함께 하는 다양한 이웃과 사회,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달라"며 고객을 최우선으로 둘 것을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고객의 바뀌는 요구에 '광적인 집중'을 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대담한 사고'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고객의 변화와 필요에서 모든 사업이 시작된다는 고객 중심 사고 확립하고 데이터와 AI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 전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커진 ESG 경영 요구 반영

코로나19 확산과 기후변화 등으로 높아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반영하듯 ESG 경영을 강조한 총수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국내 재계에서 ESG 경영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최태원 SK그룹은 회장은 올해도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며 "SK의 역량과 자산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경영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ESG와 같은 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기업의 핵심 경영 원칙으로 자리 잡아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도 ESG를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경영활동 면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단순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어떻게 잘 만들 것이냐'가 제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ESG 경영을 통하여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이 돼야 한다"며 "올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체계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ESG 경영관점에서 모든 부서가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과제를 도출하여 실행해야 하며, 더 나아가 ESG 활동을 통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제공이라는 가치창조의 영역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영의 최우선 순위는 안전

지난해 커진 산업안전 재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해 총수들도 안전한 환경 조성과 안전사고 예방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의선 회장은 전일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직원의 사망 사고를 애도하기 위해 이날 오전 사내 온라인 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던 신년회를 취소했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를 언급하며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모든 임직원은 다시 한번 안전에 대한 의식을 확고히 고취해주고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의 모든 활동은 고객 존중의 첫걸음인 품질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그룹 전 부문의 임직원과 협력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일치단결해 품질과 안전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할 때 비로소 고객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정우 회장도 "안전을 최우선 핵심 가치로 두고 철저히 실행해 재해 없는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자"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밸브 조작 중에 발생한 폭발·화재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인도 가스누출과 서산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던 LG화학 역시 신 부회장이 "환경안전 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가능성 영(0)에 가까운 시나리오까지 대응 가능한 다중의 예방 체계를 확보하고, 환경안전 전문인력과 역량을 대폭 보강하며 전 사업장 환경안전 관리 체계를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산 납사 분해(NC)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난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사장이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이 되기 위해 자원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안전환경과 보건은 석유화학업의 본질"이라며 "생산 현장만이 아닌 전 부문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최우선적인 가치로 그 어떤 사소한 타협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먹거리 발굴 주문도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역량과 신사업을 가속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총수들과 CEO들은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급변할 사회·경제 환경에 맞출 신사업을 발굴할 것을 주문했다.

정의선 회장은 "2021년을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친환경시장 지배력 확대, 미래기술 역량 확보, 그룹 사업경쟁력 강화 등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신기술·신사업이 부상하며 기업의 부침이 빨라지고 데이터·인텔리전스 시대로의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올해는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올해는 위기 후 새롭게 다가올 기회를 맞이하고, 지속 성장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친환경 등 미래성장사업의 성과 도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등 4가지 핵심 목표를 제시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해 내기 위해 10년간 그룹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와 사업 추진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을 만들겠다"면서 10년 뒤 그룹 매출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0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는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뷰티·헬스케어·바이오 등 미래 신수종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승연 회장도 앞으로 2~3년간 산업의 지형이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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