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서울 채권시장에서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저가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

다른 기관들이 커브 스티프닝 전망에 매수를 조심스러워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 위험에서 다소 자유로운 보험사가 고금리의 이점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65)에 따르면 보험·기금은 올해 들어서만 30년물인 국고 20-2호를 1조4천160억 원 순매수했다. 이와 함께 3년물인 20-8호를 3천771억 원, 10년물인 20-9호를 3천118억 원, 5년물 20-6호를 3천110억 원 각각 순매수했다.

보험·기금은 내년 12월이 만기인 통안채도 2천665억 원, 10년 비지표물인 20-4호는 2천620억 원, 3년 비지표물인 20-3호는 1천389억 원 순매수했다.

30년물은 지난 4일 입찰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더라도, 초장기물만이 아닌 전 구간에 걸쳐서 보험사가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대규모 국고채 발행에 따른 수급 우려로 스티프닝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서도 적정 레벨에 대한 탐색은 계속되는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는 특히 채권을 장기보유할 수 있어 일시적인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또 장기보유라는 특성은 재투자 리스크를 불러오기 때문에 보험사는 오히려 금리 하락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재투자 리스크는 만기가 돌아오는 투자금을 다시 채권에 투자하려 할 때 시중금리가 내려가 있어 기존 보유 채권보다 낮은 금리에 신규 채권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어차피 금리 상승과 하락 위험에 모두 노출됐다면 향후 금리 상승이 예상되더라도 채권을 살 유인은 있는 셈이다.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금리가 하락하면 좋기도 하지만 재투자 리스크는 또 생긴다"며 "또 최고 금리에 한 번에 다 살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금리 상승을 전망하더라도 나눠서 사거나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단기 금리차나 해외 대비로 봐도 현재 국고채 금리 수준이 충분히 높기 때문에 저가 매수에 나설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일 국고 3년과 10년의 스프레드는 76.0bp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스티프닝 폭은 80bp 정도가 최대가 아닐까 싶다"며 "기준금리 인상에도 몇 년이 걸릴 것이고, 코스피나 원화 등 한국 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우리나라 채권만 사지 않는다고 보는 것도 무리"라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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