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국고채 입찰에서 비경쟁인수 옵션 행사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새롭게 바뀐 국고채 전문딜러(PD) 제도가 재주목받고 있다.

올해도 국고채 물량 부담이 큰 상황에서 PD들은 예전처럼 옵션을 통한 비경쟁인수 행사로 이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모집 방식의 비경쟁인수가 신설된 만큼 일부 손실 부담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도 주목했다.

8일 기획재정부는 이번 주 국고 30년물 입찰에 대한 비경쟁인수(Ⅱ, Ⅲ) 옵션으로 총 1천370억 원이 행사됐다고 밝혔다.

경쟁입찰에서 총 3조2천40억 원이 낙찰된 점을 고려하면 약 4.2%가량이 비경쟁인수 방식으로 추가 발행됐다.

전일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낙찰금리(1.815%)와 큰 차이가 없는 1.814%에 마감하면서 옵션 행사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 결과다.

통상 비경쟁인수는 PD들이 국고채 입찰에서 인수 의무를 수행하며 생기는 손실을 일부 줄여주는 인센티브 제도로 활용된다.

하지만 올해 비경쟁인수 옵션을 통한 발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로 인한 금리 하락 기대가 제한적인 가운데 올해 발행 한도는 이미 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모두 합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금리 상승 경계감이 높은 조건에서 옵션 발행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PD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올해는 시장 전체적으로 옵션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며 "옵션이 발행되려면 금리가 낮아져야 하는데, 코로나가 풀리고 물가 상승 및 블루웨이브 영향으로 금리를 위쪽으로 열어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D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올해 경쟁 물량을 생각해보면 PD들이 소화하는 데 상당히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작년에도 옵션 발행이 안 되면서 다음 달 발행 계획을 많이 잡아야 하는 이슈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PD의 인수 등 책임을 강화하는 평가 제도 개편 방향 역시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기재부는 PD들의 핵심의무인 인수와 시장조성의무 평가 배점을 각각 5점과 1점씩 확대하기로 했다. 실제 국고채 인수실적에 대한 가점도 0.5점에서 3점으로 확대한다.

PD의 손실 위험이 큰 업무에 대한 비중이 올라간 셈이다.

PD사의 채권 운용역은 "다른 시장과 달리 PD 특성상 비용은 결국 인수를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인수 가점을 올렸다는 것은 비용을 더 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내달부터 시행되는 모집 방식의 비경쟁인수(Ⅳ)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었다.

기재부가 옵션 행사 여부로 생기는 발행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설했다.

그만큼 옵션 발행이 적은 달에는 PD들의 인수 여력을 지원하는 동시에 손실 일부를 충당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경쟁인수 제도에서 모집 방식 비중이 커질수록 시장 금리 변동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이 모집일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약세가 두드러진 모습을 나타내는 것처럼 국고채 금리도 모집 일정을 앞두고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집 제도가 2·3·5년 단기물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단기 구간에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PD사의 채권 중개인은 "통안채 모집만 봐도 그 전에 상당히 약해진다"며 "국고채 모집은 3년과 5년 구간에서도 하는 만큼 그 영향은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옵션 발행이 잘 안 되면 모집에서 1조 원 이상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PD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모집 방식이 생겨서 단기물 쪽에서 비용은 일부 커버될 것 같다"며 "(모집 방식으로) 아무래도 앞 구간에서 안 풀린 옵션 대비한 수량이 많을 테니 단기 구간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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