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지난해 말 고용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파동 여파를 그대로 반영했지만,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서 재정 부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강해져 장기물 위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8일 오후 3시(이하 미 동부시각)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3.5bp 상승한 1.105%를 기록했다. 이번주 19.2bp나 뛰어올라 지난해 3월 고점을 회복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주간 상승폭으로 가장 컸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1.9bp 오른 1.863%를 나타냈다. 이번주 22.1bp 올랐다.

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0.4bp 하락한 0.135%에 거래됐다. 주간으로 1.6bp 오르는 데 그쳤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93.1bp에서 이날 97.0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12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부진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데다 오히려 추가 부양책 도입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최근 하락세가 짙은 미 국채 가격의 흐름을 돌리지 못했다.

겨울철 가파른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 활동 제약 조치가 다시 시행된 만큼 고용보고서는 경제 활동의 급격한 둔화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의 신규 고용은 14만 명 줄어 8개월 만에 감소했다. 5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의 눈높이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0월과 11월 고용이 상향 조정됐고 실업률은 6.7%로, 월가 예상치인 6.8%보다 양호했다.

시장은 오히려 약한 고용 수치로 인해 의회가 추가 재정 부양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미 미 국채시장은 오는 20일 바이든 체제 출범을 앞두고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지출 확대를 예상한다. 특히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와 상원 다수당이 됨에 따라 이런 재정 부양 확대 기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더 높아졌다.

월가에서는 지난해 말 통과된 9천억 달러를 넘어서는 1조 달러의 또 다른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장기물 국채 신규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따라 장기물이 최근 더 큰 하락 압력을 받았고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 성장을 일으키기 위해 적자 지출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추가 재정 부양이 이뤄지면 팬데믹에서 회복 중인 경제는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는 이미 올라갔다. 물가연동국채(TIPS)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향후 10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평균 2% 이상 오를 것으로 본다. 이번주 들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인 2%를 웃돌았다. 채권 투자자들의 30년 인플레이션 기대 역시 이번주 201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었다.

최근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잠잠했던 인플레이션 기대가 돌아왔다고 보며 이른바 스티프닝 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향후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 베팅해 단기물 국채를 매수하고 장기물을 매도하고 있다.

인캐피털의 패트릭 래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나쁜 고용 수치는 마치 추가 지출이 더 있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게 해 좋은 수치가 됐다"며 "이것이 위험 시장에 좋고, 채권에는 약세로 작용한 것과 거의 같다"고 말했다.

라보뱅크의 분석가들은 "약한 고용활동 지표는 민주당의 완만한 부양이 더 진보적이고 과감한 재정 계획으로 바뀔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국채시장에는 약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BMO 캐피털 마켓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고용 수치였지만, 광범위한 경제 전망을 바꾸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아문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인프라 법안 가능성뿐만 아니라 추가 재정 부양, 국채 발행 확대가 미 국채수익률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며 "급증하는 적자, 달러 약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오를 근거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2월 고용은 정말 실망스러웠고, 경제는 나쁜 상태"라며 "투자자들은 경제 회복에 계속 박차를 가하기 위해 추가 재정 부양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양 규모는 항상 의심스럽고, 시기도 항상 확신할 수 없지만, 현재 상원 구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몇 달 안에 어떤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강조했다.

웨이버튼 인베스트먼트의 윌리엄 디닝 CIO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크게 오르고 있다"며 "국채수익률에 상승 압력이 있지만, 연준이 수익률 상승을 막기 위해 국채를 사들일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물 국채를 보유하는 데는 여전히 강력한 매력이 있다"며 "30년물 국채는 주가와 지속해서 역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만큼 좋은 헤지 수단이어서 권유한다"고 설명했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의 루벨라 파루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완전한 경제 재개가 가능한 더 폭넓은 백신 접종과 함께 추가 부양이 이뤄지면 2021년 경제 성장에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톰 디 갈로마 국채 트레이딩 매니징 디렉터는 "연준의 최근 채권매입 관련 발언이 국채수익률 상승에 역할을 했다"며 "빠른 매입 변화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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