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여신 담담 임원 비대면 회의 개최

이달 IPO 7천억…증시 활황에 빚투 현상 가중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급증세를 긴급 점검한다. 연초 국내 증시 활황과 맞물려 은행권이 취급을 재개한 가계대출이 폭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금감원은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과 비대면 회의를 연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증가세 추이 전반을 살펴보고 앞서 은행이 제출한 월별 목표치를 준수할 것을 재차 강조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지난달 이미 월별 관리 목표치를 제출했다"며 "연초임에도 관리 한도에 빠르게 도달하고 있는 것 같아 이를 사전에 점검하고 대출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4천500억 원 넘게 늘었다. 불과 일주일만의 결과다. 특히 이들 은행이 개인의 신용을 기반으로 개설해준 신규 마이너스 통장 건수는 7천400개를 웃돌았다.

은행들은 지난해 연말 가계대출 총량관리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신용대출이 재개되며 수요가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통상 연초에 한도 대출이 늘어나는 현상이 있는 데다 올해는 연말 총량관리를 위해 은행이 묶었던 신용대출을 재개하자 고객들 사이에서 '일단 받고 보자'는 심리가 커진 것 같다"며 "월별 관리목표가 있어 은행도 마냥 대출 수요를 받아낼 수는 없다. 이를 아는 고객들도 필요할 때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수시로 한도 증액을 문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연초 이런 현상을 '코스피 3,000시대'의 그림자로 보고 있다. 빚내서 투자하는 과열된 '빚투' 현상 탓에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일 코스피는 3,152.18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천170조5천376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주가지수가 처음 2,000을 넘어섰던 지난 2007년 7월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결과다.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적극적인 시장참여가 만들어낸 증시 호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위기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이나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위축된 실물경제가 살아나 가열된 금융시장과 균형을 맞춰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면서, 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본인의 투자여력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성숙한 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빚투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으로 흐르는 유동성을 막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제를 비롯해 각종 규제가 상존하는 부동산시장보다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투자해 자산가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예정된 15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IPO) 역시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크래프톤을 비롯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11번가, LG에너지솔루션, ADT캡스 등 대어급 기업이 대기 중이다.

통상 공모주 비수기던 1월 예정된 IPO 규모만도 공모 희망 밴드 하단 기준으로 7천억원에 육박한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솔루엠, 핑거, 모비릭스 등 예정된 일정만 10개가 넘는다.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공모주 물량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한 만큼 최소 증거금 이상만 납입하면 모든 청약자가 균등하게 공모주를 받게 되는 것도 증시로의 자금이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IPO 시장이 1월에는 비수기지만, 또 다른 SK바이오팜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크고, 지난해 대어를 피해 공모일정을 조정한 기업이 연초부터 몰리면서 사전에 이에 대한 문의가 꽤 많다"며 "정부 규제로 사실상 부동산 투자가 제한되면서 반대급부로 주식을 향한 투자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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