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위험 회피 속에서 주가가 하락했는데도 더 내렸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6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한 뒤에도 6거래일 연속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이하 미 동부시각)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2.6bp 상승한 1.131%를 기록, 지난해 3월 고점을 회복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0.8bp 오른 0.143%에 거래됐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1.2bp 상승한 1.875%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97.0bp에서 이날 98.8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정국 혼란 우려 등으로 고공행진을 벌이던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안전 선호 분위기가 뚜렷했지만, 미 국채시장의 강한 하락 기세를 꺾지 못했다. 통상 주식과 국채 사이의 역상관 관계에서 벗어난 것이다. 투자자들은 경제를 우려하고 주식과 같은 더 위험한 자산을 보유하고 싶어하지 않을 때 미 국채를 사는 경향이 있다.

지난주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상원마저 장악한 이후 올해 추가 경기 부양책 기대 속에서 장기물 위주로 국채 값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1% 선을 뚫었고 주간으로 20bp 가까이 올랐다. 백신 출시, 9천억 달러 규모의 부양 패키지로 자신감이 높아졌고, 투자자들은 더 위험한 자산으로 몰리게 됐다. 또 소비가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높여 국채수익률에도 상승 압력을 가했다.

특히 민주당의 승리로 더 공격적인 재정 부양책 가능성도 커졌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이번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부양책 윤곽을 공개할 예정이다. 증세 없이 정부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많은 차입, 더 많은 국채 공급이 불가피하다.

이번주 예정된 대규모 국채 입찰에서 시장 심리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쿠폰이 있는 4번의 입찰 가운데 첫 번째였던 이날 3년물 국채에서는 비교적 약한 수요가 확인됐다. 다만 단기물은 연준 영향으로 고정된 만큼 시장 영향은 크지 않았다.

시장은 오는 12일 38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13일 240억 달러 상당의 30년물 입찰에 집중하고 있다.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부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강한 하락세를 이어온 만큼 이들 장기물 입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국채가 공급되면 기존 시장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국채수익률이 오른 만큼 저가 매수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

TD 증권의 제나디 골드버그 선임 미국 금리 전략가는 "연준이 낮은 금리 유지를 약속했지만, 정부의 새로운 부양책과 경제 회복 신호가 더해지면 최근 수익률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부양책을 늘리지 않을 수 있다"며 "연준은 조만간 시장을 지원하려는 열망이 없는 것 같으며 실질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에 명목 금리가 더 높게 조정되는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10년과 30년 국채 입찰이 수요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대형 리트머스"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좋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바닥이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제퍼리스의 토마스 시몬스 선임 자금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쿠폰이 있는 입찰 규모에서 정점을 이미 찍었을 수 있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목요일 또 다른 경기 부양책과 관련된 계획을 발표하면 이런 전망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FHN 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경제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수년이 걸리며 얼마나 많은 새로운 경기 부양 자금이 사용될지는 분명치 않다"며 "미국 개인 저축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등 여전히 많은 자금이 관망한 만큼 연준은 명목 수익률에 기반해 지금 당장 경제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메리벳 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미 금리 대표는 "바이든 당선인이 경제에 더 많은 지원을 표명한 가운데 지출이 다가오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시장은 이에 가격을 재반영했다"며 "상당 기간 가장 매력적인 국채수익률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 만큼 시장은 장기물 국채를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정당한 이유로 상승하는 한 연준도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븐스리포트의 톰 에세이 창립자는 "현 부양책, 기대되는 부양책에서 모두 무질서한 국채수익률 상승, 인플레이션 고조 위험이 있다"며 "지속가능한 인플레이션 상승이 시작된 것이라면 양적완화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씨티은행의 분석가들은 2분기 초에 약 6천억 달러의 추가 부양책이 있을 것으로 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가들은 "민주당의 의회 통제는 상반기 덜 심각한 국채 공급 감소, 하반기 더 많은 국채 공급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 환경에 따라 2천 달러의 부양 체크를 포함해 단기적으로 1조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 가능성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올해 후반에는 2조 달러에서 4조 달러의 지출 패키지 가능성도 있으며 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국채 공급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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