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썸타는 현대차와 애플은 진짜로 연애할까
[데스크 칼럼] 썸타는 현대차와 애플은 진짜로 연애할까
  • 고유권 기자
  • 승인 2021.01.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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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신축년(辛丑年) 벽두부터 현대차와 애플의 열애설이 뜨겁다. 현대차가 애플과 손잡고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를 출시할 것이란 소식은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소식이 알려진 지난 8일 현대차 주가는 19.42% 뛰었고, 11일에도 8.74%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애플과의 협력설 자체를 엄청난 호재로 본 것이다. 현대차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애플과 썸을 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먼저 손을 내민 곳은 애플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연애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택권이 현대차에 있는 듯한 모양새이지만, 실상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애플의 손을 뿌리친다면 되레 현대차에 '낙인효과'만 덧씌워질 수도 있다. 애플이 손을 내민 곳은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전기차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경쟁 글로벌 완성차업체 상당수가 애플의 러브콜을 받았다. 대놓고 '양다리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거절은 곧 탈락'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래서 애플의 제안이 현대차엔 기회이면서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강력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은 아이폰의 성공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대만의 폭스콘과 TSMC가 아이폰과 칩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핵심 설계는 모두 애플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폭스콘과 TSMC와 같은 강력한 제조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면 애플은 그저 앱스토어로 돈을 버는 추억 속의 콘텐츠 기업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들려는 애플은 아이폰의 그러한 성공 경험을 고스란히 이어가려는 것이다. 그 대상이 현대차여도 되고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전기차 플랫폼을 공유해 줄 곳은 폭스바겐이나 GM도 있다.

애플은 현대차에 '잠재적 적'이다. 그래서 애플의 제안은 단순한 연애의 정도를 넘어서 '적과 동침'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다. 자율주행 전기차의 대표 격인 테슬라보다 애플이 더 무서운 이유는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성공 경험 때문이다. 연간 판매량이 1억 대에 육박한 신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1%도 안 된다. 테슬라는 애플의 성공 방정식을 아직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6~7년 후 애플이 막강한 제조 플랫폼과 손잡고 진짜 애플카를 내놓는다면 시장 판도는 어떻게 될까. 애플의 등에 올라탈 것인가, 아니면 자가 발전할 것인가. 현대차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현대차가 애플의 하청 구조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우려도 있다. 하지만 과감하게 애플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올라타는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차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분야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기업이다. 단순 위탁생산 체제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애플과 만들어 낼 수 있다. 완성차 업체로서 그간 다져온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물론 제조 및 판매망까지 애플에 역제안할 수 있는 현대차만의 다양한 성공 경험 역시 많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동맹 체제'가 한국에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 될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사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성공 조바심이 커진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를 정의선 회장이 자극할 필요가 있다. 정 회장의 지향점도 전기차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하나를 내놓고 둘을 받아올 수 있다면 성공이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pisces73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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