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김예원 송하린 기자 = 신축년(辛丑年) 새해부터 주식시장이 뜨겁다. 개인투자자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코스피지수가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외국인 매도세에 맞서자는 '동학개미'는 이제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슈퍼개미'가 됐다.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의 대출은 '공짜 돈'이라는 인식에 '마르지 않는 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산형성이 충분치 않은 '빚투'는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도 계속 투자자들에게 '경고(warning)'를 보내고 있다.

◇ 코로나가 부른 빅컷과 비대면…신분증 하나로 수천만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는 2.8~3.2%에서 형성되고 있다. 고소득·전문직은 대체로 10bp(1bp=0.01%포인트) 내외의 추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은행 신규 취급 신용대출 금리는 이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국내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2019년 만해도 4%에 육박했다. 작년 1분기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월 기준금리를 50bp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고, 5월에 추가 인하로 0.5%까지 낮췄다. 대출 부담이 줄었다.

코로나19가 비대면 사회를 촉발하면서 은행 영업도 온라인·모바일에 치중됐다. 영업점 대비 금리 혜택이 낫고 절차가 간편해 빠르게 확산했다. 몇 번의 인증 절차를 거치면 일반적인 직장인은 연봉 수준의 신용대출이 바로 실행된다. 연금자산이 있는 중장년층도 이를 바탕으로 수천만원의 대출이 나온다. 담보 여력이 있다면 대출 규모는 수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지난해 은행 신용대출과 투자자예탁금은 전반적으로 비례하는 모습이었다. 은행에서 파생한 유동성이 증시로 이동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는 지난 6개월간 21조8천840억원에 달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은행 정기예금은 19조9천981억원이 빠졌다.

◇ 자산 부족한 투자자가 주식으로 간다

은행에서 자산가들과 마주치는 프라이빗뱅커(PB) 등은 최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고객들과 기존 PB 고객들이 분리된다고 진단한다. 주식 개미들 다수는 자산이 적어 변동성에 취약하다고 분석한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은행 예·적금을 중도에 해지해 증시로 옮겨가는 경우는 1% 수준으로 그렇게 많진 않다"며 "공모주 청약할 때는 잠깐 갔다가 돌아오는 분위기였고 연초에 증시가 급하게 오르다 보니 일부 젊은 분들 중심으로 주식 비중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 PB센터장은 "4050 이하 자산형성이 안 된 고객들 사이에서 신용대출을 통해 주식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손해가 일시적으로 발생했을 때 오래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PB들은 시기별로 목표 수익률과 벤치마크가 있어 재점검되지만, 자산이 적으면 이익이나 손해를 보고 빠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량주도 아니고 종목 분석도 철저히 되지 않았다면 대출 만기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저금리가 부른 '빚투'에 대해 연이은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권이 신용대출 취급과 관련해 기존에 제출한 목표치를 기준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관리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민간부문의 부채가 증가했다. 자산시장의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확대된 유동성이 질서 있게 조정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송년 간담회에서 "실물경제 부진과 과잉 유동성 등을 보면 주식시장 변동성은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에 국내 주요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비대면으로 회의를 열고 신용대출 관리를 당부했다. 은행권에 가계대출 목표치를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1분기에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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