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환율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다. 외환 전문가들이 단골로 인용하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그만큼 환율을 예측하는 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달러화 움직임이 꼭 그렇다.

대부분 전문가는 달러화가 올해 내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러화 약세를 주장하는 근거도 탄탄했다. 미국이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은 미국의 민주당이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 투표에서 2석을 모두 가져가면서 더 힘을 얻었다. 이른바 민주당이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에 이어 상·하원 의회까지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 약세론 일변도였던 외환시장은 블루웨이브가 가시화되면서 오히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달러화는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3년만의 최저치 수준에서 바닥을 확인하고 오히려 반등하기 시작했다.

달러화 강세 배경도 역시나 블루웨이브다. 기가 찰 노릇이다. 블루웨이브가 달러화 약세 배경도 됐다가 강세 배경도 된다니 말이다. 이번에는 블루웨이브에 따른 미국채 수익률 상승이 달러화 강세 배경으로 지목됐다. 미 국채의 명목 수익률 상승으로 실질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면서 달러화 강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재정부양책에 따른 달러화 약세를 주장한 전문가들은 차입비용 측면에서 달러화가 더 싸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 차입 자금을 조달하려면 해외 저축을 활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달러화 약세를 주장한 전문가들이 이 대목에서 미국의 가계 저축률 등 민간 사이드의 저축률이 역대급으로 높아졌다는 점을 놓친 건 아닐까.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비자발적 소비제약으로 저축률이 급등했다.미국의 개인저축률은 2019년 7.5%에서 지난해2분기 기준으로 25.7%까지 폭등했다.

또 다른 경제주체인 기업도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는 등 일상적인 기업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쪼그라든 영향이다. 최근 연일 미증시 상승세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기업들도 최근 눈에 띄는 투자 결과를 발표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신에 기업들은 제로금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엄청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했다.

미국의 민간부문 저축이 해외 저축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달러화 약세론 일변도였던 시장이 놓친 대목은 아닐까. 금융시장 시장참여자들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달러화 약세가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도 달러화 추가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다른 경제권이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총재는 최근 환율 흐름을 주시해서 보고 있다고 밝히는 등 유로화 절상에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과도한 쏠림은 반드시 풀리기 마련이다"

대공황 이후부터 금융시장을 관통하는 이 격언이 외환시장에서 먼저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어떤 시장일까….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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