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에서 벤처캐피탈(VC)의 비상장기업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미국 벤처캐피탈협회(NVCA)와 조사회사 피치북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벤처캐피탈의 투자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1천562억달러(약 171조5천억원)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도 불구하고 기존 최고치였던 2018년 1천427억달러를 웃돌았다.

1억달러 이상의 대형 투자가 321건에 달해 전체 투자액을 끌어올렸다.

신문은 의약 및 기업용 서비스 투자가 두드러졌다며 차기 '줌'과 '모더나'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원래는 코로나19로 작년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외출 자제와 영업 제한으로 벤처캐피탈이 스타트업 기업 경영자를 면담하는 것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장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신생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섰다.

하지만 작년 전체 벤처캐피털의 투자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CB인사이트의 아난드 산왈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가 기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환경 속에서 유망 분야에 자금이 집중됐으며, 특히 의료와 기업용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NVCA에 따르면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제약회사에 대한 작년 벤처캐피털의 투자액은 58% 증가한 274억달러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바이오의약 제조공정 혁신을 추구하는 내셔널리질리언스는 구글계 벤처캐피탈로부터 작년 10월까지 7억2천500만달러를 조달했다.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사나바이오테크놀로지도 6월에 4억3천500만달러를 조달했다.

2018년에 상장한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화이자 등 주요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자 차기 모더나를 물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용(B2B) 기술에 대한 투자는 13% 증가한 737억달러로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9년 상장한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의 약진이 투자 증가를 불러왔다.

기계학습 자동화 업체인 데이터로봇은 12월에 3억1천700만달러의 자금을 모았고, 기업 판매 사이트 개설 지원 업체인 VTEX는 9월에 2억2천500만달러를 조달했다.

반면 스마트폰앱과 웨어러블 단말기 등 소비자용(B2C) 기술에 대한 투자액은 438억달러로 고점이었던 2018년보다 24%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작년에는 기업을 선별하는 움직임도 강해졌다. 과거 투자를 통해 경영진을 이미 알고 있는지 여부와 사업 실적의 유무가 투자를 판단하는 재료가 됐다. 따라서 창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스타트업에 대한 소액 투자보다는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비상장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두드러졌다.

CB인사이트의 산왈 CEO는 투자자와 기업이 모두 화상 면담에 익숙해졌다며 "미국의 벤처캐피털 투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을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지역을 불문하고 투자 대상을 고르는 벤처캐피털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도 벤처캐피털의 투자 모멘텀이 이어지리라고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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