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자국 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올해 첫 9거래일 동안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중국 주식 158억 달러(약 17조3천500억 원)어치를 매수했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군 관련 기업이라며 미국인 투자를 금지한 종목을 주로 사들였다.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본토에서 홍콩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 중 4분의 1 이상이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을 매수했고, 약 10분의 1이 석유기업인 중국해양석유(CNOOC)를 샀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유나이티드 퍼스트 파트너스의 저스틴 탕 아시아리서치 담당은 미국의 제재가 비미국인 투자자에게 좋은 매수 기회를 제공했다며 "이들 중국 주식을 살 수 있는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탕 담당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매우 영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종목이 대체로 내수에 집중하기 때문"이라며 "펀더멘털적으로 바뀐 건 없다. 미국인 투자자가 투자하지 못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홍콩 항셍지수가 0.9% 오른 14일에도 몇몇 블랙리스트 기업 주가가 크게 올랐다. 중국 열차 제조사 중궈중처(CRRC), CNOOC, 반도체회사 중신국제(SMIC) 등은 4.8~7.4% 상승했다.

차이나모바일도 2.6%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고, 미국 정부가 미국인 투자 금지 목록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진 양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각각 5%, 5.6% 뛰었다.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중국군 관련 기업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인 투자자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을 이달 11일부터 살 수 없게 됐고, 관련 기업 주식을 보유 중이라면 11월 11일까지 처분해야 한다. 미국인 투자자가 강제적으로 매도하는 물량을 중국인 투자자가 저가에 매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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