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3년 만에 수감되면서 삼성이 다시 '시계제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방침이지만, 총수인 이 부회장의 부재 속에 굵직한 투자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고, 대외신인도도 크게 하락할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라 삼성은 4년 전 이 부회장이 수감될 때와 마찬가지로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며 위기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017년 2월 구속된 뒤 계열사 전문경영인·이사회 중심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은 해체하고, 3대 사업 부문별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계열사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을 지원했다.

하지만 '총수-컨트롤타워-최고경영자'(CEO)의 삼각편대 중 CEO만 기능하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핵심 사안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평가다.

굵직한 신사업 인수·합병(M&A)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실종됐고, 이 부회장 구속 전까지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도 중단됐다.

대규모 투자 결정과 임원 인사 등 총수와 CEO들이 머리를 맞대서 결정해야 할 사안의 결정은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미래 신사업에 대한 큰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같은 삼성의 지배구조 리스크는 당분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데 따라 이 부회장 역시 형을 마칠 확률이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이나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이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을 정조준해서 국민적 공감대 없는 사면 불가를 천명했다.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이 부회장과 삼성 핵심 임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하며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부정 거래를 통해 합병했다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4년여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이 재판 역시 결론까지 3~4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으로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구속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 인멸 혐의로 삼성전자 부사장 3명도 구속됐다.

최근 1년여간 계열사 사장 등 임원들이 수시로 검찰에 소환되거나 재판에 출석하면서 경영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 부회장이 최근 경영 보폭을 넓혀가며 미래 신사업에 주력하던 와중에 구속되면 그룹 전체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 한일갈등 등으로 대내외 여건이 4년 전보다 나쁘다는 관측이 많다.

당장 삼성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과 가전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고,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반도체 역시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경우 메모리와 더불어 비메모리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삼성은 대외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경영권 승계 의혹의 직접적 대상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업종인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현재 4공장 증설 예정이지만 신인도 하락으로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물산 역시 해외 공사 프로젝트에서 회사나 경영진에 대한 문제를 입찰 요건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이 부회장 등 경영진 기소로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서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수년간 각종 수사·재판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다"며 "CEO 중심 비상경영체제로는 코로나19와 미중갈등 등이 겹친 초유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4시 5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