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위기에 놓인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이 1년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위상 회복은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엔지니어 출신의 새 CEO를 선임한 것과 관련해 "인텔의 회복에는 엔지니어링 스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18일 지적했다.

지난 13일 인텔은 2월15일자로 밥 스완 CEO가 물러나고 팻 겔싱어 VM웨어 CEO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새 CEO인 겔싱어는 30년간 인텔에서 근무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올랐다가 2009년 다른 회사로 옮겼다.

오마 이쉬라크 인텔 이사회 의장은 지금이 리더십을 바꿀 적절한 시기라고 봤다며,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겔싱어의 기술과 엔지니어링 전문지식에 의존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겔싱어의 임기가 2월 중순에 시작되긴 하지만 21일 오후 발표되는 4분기 실적이 겔싱어의 초기 행보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그간 지속돼 온 제조 문제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자사 칩을 단독으로 제조하는 장기적인 관행을 고수할지, 아니면 향후 일부 생산을 대만 TSMC와 같은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할 것인지를 내비칠 것으로 전망된다.

WSJ은 겔싱어가 인텔 엔지니어로서 장기간 근무했다는 점은 제조를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시사하지만, TSMC와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TSMC는 작년 매출이 31% 증가한 455억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회사 측은 반도체 제조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250억~280억달러를 지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텔이 지난 5년간 기록했던 연평균 자본지출의 두 배에 달한다.

인텔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753억달러로 TSMC보다 여전히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 PC 및 데이터센터발 수요 증가는 인텔의 제조 문제를 둘러싼 우려를 잠재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는 인텔의 올해 매출이 7% 감소해 10년새 최대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TSMC의 올해 매출은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텔은 문제의 원인인 7나노 제조 공정에서 강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TSMC는 더 진보된 5나노 칩을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3나노 공정을 이미 개발 중이다.

WSJ은 겔싱어가 인텔의 제조 문제를 정상화하는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심하게 뒤처져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은 TSMC에 대한 인텔의 열위가 최소 3년은 이어지리라고 예상했다.

매체는 이번 주 밥 스완 CEO가 실적을 발표하지만 회사의 미래를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직원, 고객,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겔싱어의 몫이라고 말했다. WSJ는 겔싱어가 TSMC와의 합작사 설립과 같은 급진적인 옵션도 주주들에게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텔이 반도체 설계·개발만을 수행하는 팹리스(fabless)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WSJ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미국 규제당국의 입맛에 맞는 인텔 제조시설 매수자를 찾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텔이 제한된 수준으로 외주를 맡길 경우 제조 파트너와 자체 제조 양측에 모두 돈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겔싱어에게 쉬운 선택은 없다는 의미다.

겔싱어 선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 6명의 전문가들이 인텔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하는 등 월가는 환호를 보냈다. 기술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리더가 인텔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적합하리라는 추측에서다.

하지만 WSJ은 인텔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은 세일즈 업무에 더 가깝다는 게 아이러니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jhm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4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