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제재가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의 발단이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SMIC 등이 미국 제재의 표적이 되면서 대만 업체로 주문이 집중되고 여기에다 자동차 수요 회복이 겹쳐 반도체 품귀 현상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TSMC 등이 대응을 서두르고 있지만 올해 후반에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TSMC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0~12월에 갑자기 자동차용 주문이 늘어 지금의 반도체 부족 현상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작년 봄 자동차 업계는 생산을 부득이하게 대폭 줄여야만 했다.

한 중국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한 중국 시장이 놀라운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당시 업계는 "향후 3개월 부품 발주에 있어 낙관적인 생산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TSMC 등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7월부터 이례적인 성수기를 맞았다. 화웨이가 9월 제재 발효 전에 반도체를 대량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한 관계자는 "주문이 맹렬하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월 대만의 수출액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수출의 36%를 차지했다. 당국 관계자는 "화웨이에 수출한 금액만 8월 약 2천억엔(약 2조1천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화웨이 제재가 시작된 9월 중순에 두 번째 파도가 업계를 덮쳤다. 이번에는 SMIC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빠르게 움직인 곳은 바로 미국 퀄컴이었다. 퀄컴은 TSMC와 UMC 등 대만 기업을 잇따라 방문해 SMIC으로부터 전환해야 하는 주문을 대량으로 냈다.

하지만 상황이 쉽지 않았다. TSMC의 세계 점유율은 약 50%로 UMC와 합치면 60%를 넘지만 코로나19에 재택근무가 늘면서 PC와 게임기, 신형 아이폰용 작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의 수요마저 겹쳤다. 자동차 업계는 7월까지만 해도 아직 관망세를 보였지만 중국 시장이 8~9월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자 10월부터 생산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독일 인피니온과 같은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업체는 이와 같은 주문 급증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소화되지 못한 물량을 TSMC와 UMC 등에 위탁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미 대만 업체들은 풀가동 상태였다. 게다가 자동차용 반도체는 일반적인 반도체가 많아 마진이 적다. 생산이 뒷전에 밀리면서 부족 현상이 초래됐다.

니혼게이자이는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하다고 전했다. TSMC는 올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제품이 대부분이다.

TSMC 자회사로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뱅가드국제반도체(VIS)는 "자동차 업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중 주문이 많아 실제로 얼마나 반도체가 필요한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를 지나치게 많이 생산해 향후 수급이 이완되면 주문이 취소될 수 있어 업체들이 증산을 쉽게 단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만 민간 싱크탱크 타푸산업연구원은 "반도체 부족은 올해 후반에나 해소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는 6월 말도 가능하지만 (상황이) 해결되려먼 연말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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