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이후 엇갈린 금호家 운명…박찬구, 금호리조트 품나
'형제의 난' 이후 엇갈린 금호家 운명…박찬구, 금호리조트 품나
  • 홍경표 기자
  • 승인 2021.01.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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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유동성 위기에 아시아나항공을 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리조트마저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면서 금호가(家)의 엇갈린 운명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2009∼2010년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극심한 갈등과 법정 싸움, 계열분리를 통해 완전히 갈라선 이후 박삼구 전 회장이 이끈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상황이 역전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생존을 위해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내놓고 있는 처지에 놓였지만,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안정적인 경영 기반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각을 추진하는 금호리조트를 가져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각주간사인 NH투자증권·딜로이트안진은 전일 금호리조트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다.

본입찰에는 금호석유화학을 포함해 화인자산운용, VI금융투자, 라인건설, 칸서스자산운용 등 5곳이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본입찰 참여자의 희망 가격과 인수 구조,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르면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금호리조트는 골프장인 아시아나CC를 비롯해 경남 통영마리나리조트 등 콘도 4곳과 중국 웨이하이골프·리조트. 충남 아산스파비스 등 워터파크 3곳 등으로 구성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지난해 9월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호리조트 매각을 추진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넘겨주기로 한 이후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금호리조트와 함께 광주 서구 유스퀘어(광주종합터미널) 등 핵심 자산 등에 대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일단 금호리조트 본입찰에 참여한 투자자 중 금호석유화학이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해 풍부한 현금과 재무 건전성을 갖춰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수지 사업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천13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2.7%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차입금 비율은 34.6%에 불과하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천426억원에 달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과 건자재, 에너지 등 주력사업 분야에 더해 레저부문 사업 다각화를 위해 금호리조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리조트를 매각하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만 남게 돼 그룹 규모가 중견기업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반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금호리조트 인수를 통해 덩치를 더 키우게 된다.

과거 금호그룹은 2009년 '형제의 난'으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다.

금호그룹은 1984년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둘째 고 박정구 회장, 박삼구 전 회장으로 형제경영 전통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박삼구 전 회장 다음으로 박찬구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는 수순이었으나, 박삼구 회장이 장남인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려고 시도하자 형제간 갈등이 불거졌다.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경영철학의 차이도 두 형제가 갈라서는 계기가 됐다.

박삼구 전 회장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등 공격적인 M&A와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사세를 키우는 데 주력했으나, 박찬구 회장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운영을 추구해 갈등이 잦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결국 2009년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이 워크아웃에 돌입해 그룹 전체가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법정 싸움을 통한 형제의 난을 겪으면서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을 담당하고 박찬구 회장이 석유화학 사업을 맡아 금호그룹은 결국 둘로 쪼개졌다.

무리한 그룹 재건 시도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의 핵심 기업이었던 아시아나항공과 금호리조트까지 파는 처지가 됐으나, 금호석유화학은 오히려 금호리조트를 되사오는 여유를 갖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의 경영 정상화 과정에 있는 상황이어서, 금호리조트 매각과 관련해 반대 등의 특별히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어 매각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리조트가 알짜 자산인 아시아나CC골프장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성이 높은데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인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골프장 가치가 높고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도 진행할 수 있어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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