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최근 매크로 변수가 서울 채권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표 발표가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이보다는 재난지원금 등 수급 재료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다만 올해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지표로 반영되면서 시장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작년 11월 국내 경제성장률을 시나리오로 나눠 전망치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겨울 중 지속되고 이후 국지적 확산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기본 시나리오를 전제로, 2021년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진정될 경우 성장률이 3.8%까지 치솟지만, 진정세가 더디면 2.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확산과 이에 대응한 방역 조치에 따라 경제 회복 속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생산과 물가 등 지표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발표까지 시차가 있는 과거 지표보다는 코로나 확산세와 백신 접종 등 미래 변수에 관심이 쏠리는 셈이다.

시장에서 정상급으로 평가되는 한 이코노미스트는 매크로 변수의 주목도가 떨어진 원인으로 유동성을 지목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3달러 하던 테슬라 주가가 800달러를 넘어섰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유례없는 유동성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펀더멘털 지표는 시장에서 의미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접종과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극단적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며 "장밋빛 경기 회복 기대가 널리 퍼진 상황에서 비관적인 이코노미스트가 할 말을 찾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매크로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자 이를 담당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베테랑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말 직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팀장은 "연말 시장을 보면 금리 리포트는 줄어든 반면 크레디트 관련 리포트는 늘었다"며 "금리 상·하방 움직임이 막힌 상황에서 크레디트 위주로 거래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매크로 지표에 대한 주목도는 점차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본부장은 "작년 1분기는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하기 전이라 올해 1분기 지표는 좋지 않을 것이다"며 "2분기부터는 백신 접종 시작에다 작년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기저효과에 지표가 크게 호조를 보이고,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미국 인플레이션과 고용 회복세 등에 대한 주목도가 다시 높아질 것이다"며 "특히 인플레 지표는 테이퍼링 조기 시행 우려와 함께 부각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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