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차량 제조사 경계하던 전기차 업계…"테슬라보다 별로"

전기차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완전한 변화 뒤따라야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사인 폴크스바겐이 500억 달러를 투입해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했을 때 많은 산업계의 리더와 애널리스트는 막강한 자본력과 수십 년에 걸친 엔진 기술을 보유한 전통 자동차 업계의 수호자가 일론 머스크의 잡동사니를 끝장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019년 11월 폴크스바겐의 첫 전기차인 ID.3의 양산라인에는 허버트 디에스 최고경영자(CEO)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참여하는 등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물은 기대를 배반했다.

ID.3은 모퉁이를 잘 돌고 급정거도 잘했지만 폴크스바겐이 약속했던 환상적인 기술특징은 없거나 작동하지 않았다. 속도, 방향, 기타 다른 정보를 앞 유리창에 비춰 줄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작동하지 않았고 초기 소유자들은 수백 개의 소프트웨어 오류를 신고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타도 테슬라'를 걸고 시작한 폴크스바겐의 원대한 계획이 실패한 이유는 전기차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관한 것이고, 훌륭한 화석연료 차량을 생산하는 것이 능숙한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는 것으로 옮겨갈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슬라가 지난 2008년 첫 전기차를 출시했을 때 당시 모델S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루시드 테크놀로지의 대표 피터 롤린슨은 "상당한 경쟁자가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있다"며 전통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경계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인들이 왔지만, 테슬라만큼 훌륭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는 제너럴모터스, 포드, 르노, 푸조, 토요타 등 다른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도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독일계 자동차 제조사들, 특히 고성능 제품에서 리더십 위상을 뽐냈던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는 위상 유지에 실패하면서 세계 자동차 지형을 새로 그리고 있다.

저널은 전기차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 처리장치가 배터리를 관리하고 전기 모터, 브레이크, 라이트와 다른 중요한 시스템을 돌리고 좌석의 난방장치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같은 것도 처리해야 한다.

기존 화석연료 차량이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듯, 전기차도 차량의 안전과 성능 향상을 위해 소프트웨어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돼야 한다. 이는 새로운 서비스이자 기존 자동차 제조사의 매출 단절을 의미한다.

엔비디아의 자동차 부문 선임 이사인 대니 사피로는 "여기서 핵심은 차량에 있는 분산된 시스템, 수백 개는 아니라 수십 개의 앱을 처리하고 모든 것을 중앙집중화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아주 복잡한데 특히 안전수준이 가장 중요한 자동차에서는 더욱 그렇다. 단순히 스위치를 눌러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폴크스바겐이 ID.3 개발에서 실패했던 이유 중 하나는 차량 소프트웨어 코드 담당 업무가 조직 내에 흩어져 있었다. 폴크스바겐의 전기차와 디지털부문 책임자였던 크리스티안 생어가 그룹 내 소프트웨어 총괄이 된 것은 2019년으로 ID.3 출시 몇 달 전이었다.

다른 어려움은 폴크스바겐이 각각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각각의 협력사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공장용 산업 클라우드는 아마존의 웹서비스, 자동차들을 연결하는 자동차용 클라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인 ICAS1은 콘티넨털과 협력했다.

기존 자동차 생산에서 제조사는 완성된 부품을 공급사에서 납품받아 조립 라인에서 장착한다. 하지만 커넥티드 차량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완결되지 않는다. 애플의 아이폰처럼 소프트웨어는 지속해서 진화하며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호 긴밀하게 작용하기를 요구한다.

현재 폴크스바겐의 목표는 최소 60%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를 내부에서 개발하는 것이다.

ID.3 책임자인 토마스 울브리히는 "오늘날의 아이폰은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은 제품이 아니다. 진화했고 진화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것이 폴크스바겐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디에스 폴크스바겐 CEO는 회사가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자동차 산업계의 세계적인 변화는 대략 10년이 걸릴 것이다. 폴크스바겐이 있든 없든"이라고 자신의 링크트인 포스트에 적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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