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연기금이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벌써 6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포트폴리오를 비우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철강과 금속, 건설주는 꾸준히 매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일 연합인포맥스의 투자자별 매매추이 화면(화면번호 3302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5조5천361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투자자 중 증권/선물(1조4천894억원)과 보험(1조4천535억원), 투신(2조728억원), 사모펀드(8천692억원)를 다 합친 액수만큼 연기금이 단독으로 주식을 처분했다.

연기금은 통상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자산별 비중을 정해놓고 투자에 나선다. 작년부터 한국 증시가 초강세장을 형성하자 국내 주식 부문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 연기금이 매도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지난해 특히 강세를 보였던 대형주들 위주로 매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순매도액이 1조6천779억원에 이르렀으며 현대차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도 3천억원대 순매도세다. 순매도액이 1천억원 이상인 기업은 한국전력까지 포함해 11개다.

순매도액이 막대한 만큼 순매수액은 상대적으로 작다. 올해 들어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로 규모는 764억원에 그친다. 2위인 고려아연의 순매수 규모가 415억원 정도일 뿐 5위인 빅히트까지 순매수액은 200억원대다. 이후 상위 20위까지는 순매수액이 100억원대로 쪼그라든다.

연기금이 현재 한 종목에 수천억원어치 순매도한다는 점에서 순매수 종목에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연기금이 큰 영향을 미치는 장세인 만큼 순매수 상위 종목은 향후 어떤 업종이 유망할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연기금의 올해 순매수 상위 종목 중 눈에 띄는 부분은 건설과 철강, 금속주가 많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을 포함해 대우건설(153억원), 현대제철(124억원), GS건설(122억원), 현대건설(110억원) 등이 상위 20위를 차지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동국제강, KG동부제철 등도 규모는 작지만 순매수 종목 명단에 들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코로나19 국면에서 기술주 및 성장주 위주로 주가가 급등할 때 소외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진척이 보이면서 경제가 정상화하면 철강·금속 및 건설 분야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4분기부터 주가가 강세로 돌아섰다.

대우건설은 작년 9월 말 2천685원에 저점을 형성했던 주가가 전날 6천620원까지 뛰었고 현대건설도 같은 기간 2만9천300원에서 4만6천500원까지 상승했다. GS건설도 같은 기간 연저점 2만3천150원에서 이번 주 4만5천200원까지 상승폭을 넓혔다.

고려아연도 작년 4분기 37만원대에서 올해 초 45만원까지 오르는 등 철강·금속 분야의 기업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김현욱 책임연구원은 "최근 건설주의 주가 상승(멀티플 상승)은 정책 변화에 따른 주택 공급 확대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며 "청약 시장 호황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택주 멀티플을 상향한다"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의 김윤상 연구원은 "2월 미국 바이든 정부의 구체적 부양책이 발표되면 친환경 및 인프라 투자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 철강 등 소재 업종에 대한 추가 모멘텀은 남아 있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모멘텀은 둔화했으나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연기금은 철강·금속 및 건설주 외에 CJ제일제당, 키움증권, 빅히트, 이마트, CJENM 등 유통 및 엔터테인먼트 종목에 대해서도 순매수세를 유지했다.





※연기금 연초 이후 국내 주식 순매매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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