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제46대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시대가 마침내 개막됐다. 한국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잠을 설치는 일은 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 등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로 시도 때도 없이 시장을 뒤흔들 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 재정 지출 통한 경기 부양 속도전 예상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유독 통합과 재건을 강조했다. 이른바 미국식 '비정상의 정상화'인 셈이다.

금융시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 상황을 대공황에 비견할 정도의 위기라고 지목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미 1조9천억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이 제시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여기에다 바이든 측은 낙후한 인프라 투자와 기후변화 대응 등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재정 부양책을 2월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정부부채 확대에 따른 국가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후보자가 방패가 됐다.

옐런은 전날 상원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대통령 당선인이나 내가 국가부채를 고려하지 않고 부양책 패키지를 제안한 것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자율이 역대 최저인 만큼 우리가 현명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대범한 행동(act big)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한 걸음 더 나아간 행동이 없다면 우리는, 훗날 경제에 장기간 상처를 남길, 길고 더 고통스러운 침체를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한가한 재정건전성 타령하지 말라는 의미다.

미국 경제의 재건을 위해 낙후된 인프라 등에 대공황시절 '뉴딜'에 버금가는 대규모 재정 투입이 임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뀐 바람의 방향 '친환경' 주목해야

투자자들은 바뀐 바람의 방향을 제대로 읽어야 할 때다. 그동안 트럼프 전대통령 시절 무시됐던 기후변화 협약 등이 이제부터 투자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전기차에 대한 지원이나 5G 집중 육성 등을 제외하고도 한국 산업 구조에 어떤 정책이 수혜가 될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이미 전기차 관련 동향은 LG화학 등 국내 2차전지 기업과 현대기아차그룹 등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기대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에 반영됐다. 모두 우리의 탁월한 제조업 능력을 높이 산 결과물이다. 해당 분야에서만큼은 우리가 전 세계 으뜸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협약 등이 우리가 세계에서 으뜸을 차지하는 또 다른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지금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바로 조선산업이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이른바 '대항해 시대'의 종말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물동량 감소와 공급 초과 등에다 중국의 저가 수주 경쟁까지 이어지면서다. 국내 조선업은 대우조선해양이 상장 폐지 위기를 맞는 등 지난 10년간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렸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친환경 등이 밑바탕이 되는 차세대 선박 부문에서 국내 기술력이 중국 등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때마침 국제해사기구(IMO)는 UN에서 해양규제 권한을 위임받아 선박 온실가스 배출을 오는 2025년까지 2008년 대비 30% 이상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에는 40%까지 줄여야 한다. 새로운 선박 건조나 최소한 선박의 심장인 엔진에 대한 리모델링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친환경'에 쓰일 재원, 그린본드도 올해부터 주목

친환경을 위해 쓰일 재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유럽연합(EU)는 올해부터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 환경 분야에 용도를 한정해 발행되는 그린본드를 대규모로 발행할 예정이다.

27명의 EU 정상은 지난해 7월에 7천500억 유로(8천9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내년부터 시장을 통해 조달하기로 합의했다. 조성된 자금을 EU 전역의 다양한 부문에 투자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하는 것을 돕기 위한 차원이다.

행정부 수반격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그중에 30%의 자금은 그린본드를 통해 조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과 관련된 분야의 재원으로 조달되는 자금이 단순 규모로만 2천673억달러 규모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운송, 산업, 항공업계에 배출량을 줄여달라는 요청하는 빗발칠 것으로 점치고 있으며 이런 재원의 일부가 해당 업계에 지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시대의 개막이 기후변화 협약 강화와 함께 국내 조선산업 등 국내 제조업 부활의 신호탄은 아닌지 지금부터 잘 탐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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