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식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나타났던 주가 폭락장에서 도입된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이제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공매도가 재개되면 다시 주가가 폭락하고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동학 개미를 등에 업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반대론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향후 공매도 재개에 대한 동학 개미들의 반발과 맞물려 정치권이 여론에 반응하기 시작한 탓이다. 엉뚱하게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화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당초 3월에는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조치를 끝낼 것이라던 금융위원회도 다소 어정쩡한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공매도 금지 기한이 오는 3월 15일까지 연기됐는데, 그때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해서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8일 업무계획 브리핑에서는 "정부가 공매도 재개를 확정했다거나 금지를 연장하기로 했다는 단정적인 보도는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은성수 위원장이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못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금융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마찬가지로 합의제 행정기구다. 특정한 안건에 대해 위원장이 단독으로 입장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위원회 구성원인 위원들의 심의·의결로 결정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여기저기에서 은성수 위원장에게 3월 이전에 결론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지만, 개별 위원들의 의견이 다룰 수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이 미리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동학 개미의 여론을 의식하는 정치권은 물론 행정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공매도 재개에 반대론을 내놨다. 정세균 총리는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공매도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 이것을 재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정세균 총리는 지난주에도 한 방송에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전제로 "공매도는 좋지 않은 제도다.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은성수 위원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놓고 벌였던 논란에서 정치권과 동학 개미의 연합전선에 참패한 홍남기 부총리를 닮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공매도 반대론이 다수를 이룬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 불안을 방치하는 것도 정책당국의 직무유기에 해당하지만, 다수의 의견에 편승해 대증요법을 남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주식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진 측면이 크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진정됐다면 원상 복귀시키는 게 순리다.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아프지도 않은 환자에게 '모르핀'을 계속 투약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계속된 모르핀 투약은 약물에 대한 의존증만 키울 수밖에 없다. 금지한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주가가 폭락한다면 결과적으로 현재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의미다. 만약 그렇다면 공매도 등을 통해 거품을 걷어내는 게 궁극적으로는 모든 투자자에게 이익이라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내에서 공매도 제도가 개인투자자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는 금융당국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개인들도 공매도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과 비교하면 대차 기간과 종목, 절차 등에서 불공정하게 설계된 게 사실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공매도 논란을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공매도 제도를 전면개편하는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 싶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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