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연초 외국인이 현물 채권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유출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 국고채 물량 부담, 재정거래 유인 약화, 중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 작년과는 사뭇 달라진 원화 채권 투자 환경에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 의지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연합인포맥스 채권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56)에 따르면 올해 들어 19일까지 12거래일간 외국인은 총 1조4천95억 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매수세이기는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국고채를 8천735억 원 순매도했고, 통화안정증권은 1조8천30억 원 순매수했다. 금융채는 4천200억 원 샀다.

작년과 비교해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이 국고채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작년 같은 기간 국고채를 1조5천309억 원 순매수한 바 있다.

순매수를 기록한 통안채도 뜯어보면 사정은 다르다. 통안채는 올해 19일까지 총 7조9천억 원의 만기가 돌아왔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의 보유 규모는 2조 원이 넘었다. 외국인 보유분의 만기 도래 물량이 현재까지 순매수 규모 1조8천30억 원보다 많아 외국인이 롤오버(차환) 물량만큼도 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외국인이 사실상 국고채와 통안채를 모두 팔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매매 분위기가 변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외국계 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재정거래 유인이 많이 떨어져서 통안채도 롤오버 물량 이외에 더 들어오는 것 같지 않고, 국고채는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도 이유로 중국의 WGBI 편입,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과 국고채 물량 부담, 재정거래 유인 약화 등을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작년 9월 중국 국채를 세계국채지수(WGBI)에 올해 10월부터 편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기준 중국의 신용등급은 'A+'로 우리나라보다 두 단계 낮지만 WGBI 편입 효과와 3%가 넘는 국채 금리(10년물 기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자신하기 어렵다.

통화정책 환경도 외국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과열된 부동산·주식시장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안정 고려와 경기 부양 필요성 사이에서 한은은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인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의 재정거래 유인도 감소했다. 달러-원의 3개월물 스와프레이트는 작년 3월 마이너스(-) 2.9844%까지 떨어졌다가 작년 11월에는 플러스로 전환했고, 전일은 -0.1471%를 나타냈다.

마이너스 스와프레이트는 3개월 후 외국인이 현재 환율보다 하락한 수준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너스 폭이 클수록 외국인에게는 이득이다.

176조4천억 원의 발행 한도에 추가경정예산(추경)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국고채 물량 부담도 외국인 투자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채권시장의 외국인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당국에서도 WGBI 편입 등 대응책을 구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계 은행의 딜러는 "원화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나게 하려면 우리나라도 WGBI 가입을 하는 등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기재부도 WGBI 편입을 사전 검토한다는 입장인데, 원화 채권 수요가 많아질 경우 환율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일단 운만 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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