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연초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채권 현물 매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퇴직연금 등 기관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했고,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채권 수요 기반이 탄탄해졌다.

21일 연합인포맥스 채권별 거래종합에 따르면 투신은 이달 19일까지(12거래일) 총 11조9천754억 원 채권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매수한 4조3천894억 원보다 약 2.73배 큰 규모다.

투신사들은 전년 동기보다 매수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가운데 주로 단기물 채권 매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순매수한 채권의 만기로 보면 1년 이하 구간이 7조7천302억 원으로 64.6%를 차지했다. 2년 이하로 확대하면 그 비중은 80%에 이른다.

채권 종류로 보면 금융채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순매수 가운데 금융채가 약 54%(6조5천억 원)로 제일 많았고, 국채 19%(2조3천억 원), 통안채 15%(1조8천억 원), 공사채 8%(9천216억 원) 순을 나타냈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말·연초를 지나고 기관들의 신규 자금이 유입하면서 투신사의 채권 매수 규모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통상 계절적으로 일어나는 자금 유출입이 일어나지만,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0.5%로 내리는 등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점이 변동 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초 채권시장에는 계절성이 확실하다"며 "연말 결산을 위해 MMF 등에서 나갔던 자금이 집행되면서 착시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만기가 짧은 MMF는 단기 유출입이 워낙 크다"며 "주식형 펀드에서 채권형보다 자금이 크게 늘었지만, 유동성 자체가 늘다 보니 채권 쪽 매수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0년 11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작년 11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천178조4천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9.7% 증가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기준금리가 내려갔고 유동성이 계속 공급되면서 아무래도 투신사들이 집행할 자금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다"며 "작년 한 해 동안에 M2 유동성이 꽤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투신사들의 매수 여력이 높아진 점은 단기물 강세를 지지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작년 연말에 집행되지 못한 자금이 예년보다 많았다"며 "(자금이) 연초로 밀려서 쏠린 현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투신사들이) 주로 단기물 위주로 운용할 텐데 최근 매도가 많이 나와도 금리가 밀리지 않는 점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투신사 장외채권 잔고는 연초보다 7조675억 원 늘어난 212조1천313억 원을 기록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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