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보험사가 환헤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커졌다. 정부가 외환 건전성 규제를 개선해 환오픈할 수 있는 규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 환헤지 전략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환오픈 시 손익변동성이 커지는 탓이다.

시장참가자는 대만의 외환변동성준비금 같은 외환포지션 변동성을 완화하는 제도가 있어야 보험사의 환헤지 여부 선택폭을 넓힐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보험사 종합포지션 규제 완화…현행 20%에서 30%로"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외화유동성 관리제도 및 공급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비은행권 외환부문 취약성 완화에 초점을 두고 금융회사 외화유동성 관리제도를 보완했다. 유동성 공급체계를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추진방향은 ▲금융사 관리대응 역량 제고 ▲외화유동성 모니터링 강화 ▲외환건전성 규제 정비 ▲거버넌스 및 외화유동성 공급체계 개편 등이다.

외환건전성 규제정비 부문에서 정부는 보험사가 금리·상품특성 등을 고려해 환헤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종합포지션 규제를 현행 20%에서 30%로 완화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에 보험업감독규정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보험사 종합포지션은 '통화별 Max(∑매도초과포지션, ∑매수초과포지션)/전분기말 지급여력금액'을 말한다.

현행 규제에서는 이 포지션이 20%와 같거나 20%보다 작아야 한다.

이는 보험사가 지급여력금액의 20% 정도만 환오픈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에는 30%까지 환을 오픈할 수 있다.

2019년 말 보험사 지급여력금액은 156조2천309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 지급여력금액의 20%는 31조2천462억원이다. 30%는 46조8천693억원이다.

따라서 규제 개선으로 보험사가 환을 추가로 오픈할 수 있는 규모는 대략 15조6천231억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외화자산에서 추가 환오픈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9.7% 정도다. 2019년 말 기준 보험사 외화자산은 1천463억7천만 달러다. 전날 달러-원 환율 종가를 적용하면 약 161조원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업권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며 "은행 종합포지션에서 분모는 자기자본이다. 보험사 종합포지션에서 분모는 지급여력금액이다. 보험사 분모가 더 크다. 따라서 은행 종합포지션 50%와 보험 종합포지션 30%가 비슷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 보험사 환오픈 늘어나기 어려울 듯…핵심은 손익변동성 완화

이처럼 정부가 보험사 종합포지션 규제를 개선했으나 시장에서는 보험사 환헤지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험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환을 오픈하면 손익변동성을 견디기 힘들다"며 "보험사가 환을 오픈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으나 보험사가 환헤지 전략을 크게 바꾸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종합포지션이 현행 20%에서 30%로 바뀌어도 보험사 환헤지 전략이 크게 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 외화자산 대부분이 채권이고 환오픈 시 손익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만의 외환변동성준비금 같은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보험사가 환을 오픈하기는 쉽지 않다"며 "외환변동성준비금은 환헤지를 하지않아 발생하는 손익의 50%를 흡수한다"고 했다.

보험연구원의 다른 연구위원도 "대만의 외환변동성준비금과 같이 외환포지션 손익변동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보험사가 경제환경과 투자전략에 따라 환헤지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변동성 준비금 제도에 따르면 언헤지 포지션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외환손실이 발생하면 손익계산서에 손실의 절반이 계상된다.

이는 재무상태표 자본계정으로 연결된다. 손실의 절반은 외환변동성준비금이라는 부채계정이 흡수한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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