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새해 들어 회사채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기업들이 만기 도래한 차입금을 공모사채로 차환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회사채시장이 경색되면서 급하게 마련한 기업어음(CP)과 은행대출 등이다.

차입금 만기를 늘리면서도 풍부한 투자수요 덕에 이자 부담은 더 낮출 수 있다고 평가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약 20곳에 이르렀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을 지난해 차입한 자금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는 지난해 5월 발행한 200억원의 CP를 포함해 총 600억원의 만기 도래 CP를 회사채로 차환한다.

작년 12월 발행한 620억원의 CP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지주도 회사채를 찍는다.

사모사채나 장기 CP, 은행 대출금 등을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모사채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찍은 800억원의 CP와 같은 해 12월과 올해에 걸쳐 받은 은행 대출 1천800억원 등 총 5천100억원의 차입금을 공모사채 발행 자금으로 갚을 계획이다.

한라홀딩스는 작년 4월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470억원을,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8년 발행한 3년 만기 장기 CP 1천억원을 차환하기 위해 공모사채를 발행한다.

대림은 만기 예정인 400억원의 사모사채를 공모사채로 막을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회사채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이 급한 자금을 CP 등으로 우회해 조달하던 모습과 대비된다.

당시 우량 등급 기업들까지 공모사채 수요예측에서 대거 미매각을 냈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조달 방식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엔 연초효과 등으로 회사채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풍부한 투자수요가 유입되며 잇따라 오버부킹을 연출했다.

대부분 회사채 발행금리가 개별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발행된 가운데 가산금리를 많게는 -41bp까지 낮춘 곳도 있었다.

공모사채는 사모사채나 단기차입 등에 비해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10년 이상 장기 채권의 경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형태로 발행해 더 많은 투자수요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된다.

올해 들어 현대제철과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오일뱅크 등이 모집자금 일부를 ESG 채권으로 조달했다.

다만 공모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 대부분이 'AA급' 이상인 만큼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력은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발행시장 분위기가 안 좋을 때 만기가 긴 채권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어 만기가 짧은 CP로 조달했다가 만기를 장기화하려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금리가 낮을 때 장기 채권을 찍어놓으면 비용 측면에서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AA급'의 경우 연기금 등 대기수요가 있어 수요예측에서도 굉장히 분위기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펀더멘털이 안 좋은 기업에 대한 경계감은 있기 때문에 'A급'이나 'BBB급' 내에서 회사채 간 온도 차는 여전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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