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주도권을 둘러싼 국내 포털업계의 양대 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웹툰·웹소설·음악 등의 영역에서 강력한 'K-콘텐츠'를 확보해 플랫폼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이다.

두 공룡이 최근 엔터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25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 간 합병을 결의하고, 오는 3월 1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은 카카오 자회사 간 사상 최대 규모로, 합병으로 연결되는 자회사와 관계사가 50여 곳에 달한다.

"초경쟁 글로벌 엔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합병을 결정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으로, 양사는 각자의 역량을 합쳐 글로벌 엔터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각자 보유한 콘텐츠 경쟁력과 플랫폼을 더하면 엔터 분야에서 막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을 중심으로 약 8천500개의 웹소설과 웹툰 IP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중국, 동남아 전역을 아우르는 해외 플랫폼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카카오M은 배우 이병헌, 가수 아이유 등 200여 명의 배우와 가수를 보유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배우 매니지먼트 7개 사를 비롯해 레이블 4개 사, 다수의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를 갖추고 있다.

음악 사업에서는 연간 1천200개 이상의 타이틀을 발매하고 있으며, 싱어송라이터와 아이돌, 프로듀서, 작곡가, 래퍼까지 멀티 레이블 장르와 영역을 확대해왔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작가, 감독 등 80여 명의 톱 크리에이터와 150여 명의 배우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영상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도 갖췄다.

합병 후 양사가 벌어들일 연 매출은 1조 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페이지는 이번 합병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페이지의 몸값을 약 3조~5조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으며, 카카오M은 지난해 초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성수 카카오M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의 결합도 시장의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두 대표는 각각 엔터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엔터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자회사 간 합병을 택한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국내 엔터 업계 강자로 꼽히는 CJ, SM, 빅히트 등과의 동맹을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CJ ENM,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각각 1천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CJ 계열사를 통해 네이버 웹툰·웹소설의 영상화를, 네이버를 통해서는 CJ 계열 콘텐츠 공급과 같은 협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는 네이버의 구독 멤버십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도 추가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자사 K팝 라이브 플랫폼이자 팬 커뮤니티 서비스인 'V라이브'(VLIVE) 역량 확대 등을 위해 SM엔터테인먼트 계열회사에 총 1천억 원의 투자도 진행한 바 있다.

이어 최근에는 엔터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의 제휴를 추진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네이버의 V라이브 및 '나우'(NOW), 빅히트의 '위버스'가 힘을 합칠 경우, 세계 최대 팬 커뮤니티 서비스로 도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두 공룡은 웹툰·웹소설 업체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통해서도 엔터 사업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캐나다 기반의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약 6천533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네이버의 역대 최대 규모의 법인 투자로, 네이버웹툰보다 입지가 약했던 웹소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왓패드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9천만 명의 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규모의 웹소설 플랫폼이다.

왓패드와 네이버웹툰의 7천200만 명 월 사용자를 합산하면 매달 1억6천만 명 이상이 네이버의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을 보게 되는 셈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1천억 원을 들여 웹툰 기획 및 제작사 5곳의 지분을 확보했다.

미국 웹소설 플랫폼 기업 래디쉬를 시작으로 크로스픽쳐스, 디앤씨미디어, 타파스미디어, 투유드림 등과 손을 잡았다.

이처럼 양사는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 등을 통해 확보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해외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문화이 확산하면서 온라인 엔터 사업은 급격히 성장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힌다"며 "양사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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