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의회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재무부 장관으로 복귀하면서 미국 경제의 두 핵심 기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 앞에서 보여줄 협력관계가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준 의장직을 매개로 이어진 두 기관의 느슨한 상호견제가 통화정책의 실기를 빚을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지만,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진단을 공유하는 두 기관의 협력이 미국 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 연준 함께 근무했던 파월과 옐런…경제 시각도 공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옐런과 파월은 연준 의장직을 둘러싼 전임자와 후임자라는 관계 외에도 개인적인 인연이 깊다.

옐런 재무장관이 경제안정의 책무를 넘기고 연준을 떠날 때 파월 의장은 전임자를 위해 매사추세츠주 체비 체이스에 있는 자택에서 직접 환송연을 주관했다.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은 지난 2012년에서 2018년 연준에서 함께 고위 관료로 일하기도 했으며 한때 둘은 인접한 사무실을 사용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재무부 선임 관료로 일했던 파월 의장은 그녀가 연준을 떠난 뒤에도 정책에 대해 옐런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옐런이 이날 재무장관 인준을 마침으로써 경험과 경제관점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2008년 이후 다시 한번 두 기관이 가장 가까운 업무관계를 형성할 무대를 마련하게 됐다.

미국 경제에서 둘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 연준이 짊어진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회가 성장 촉진을 위해 더 많은 지출을 허용하더라도 연준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의 일부이기도 하다.

옐런은 파월 의장의 연임 여부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언할 수 있는 중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파월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지명했지만 바이든 대통령과의 인연은 없다.

코로나19는 미국의 재무부와 연준이 비상대출 프로그램으로 협력하는 전례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재무부가 작년 말 비상대출 프로그램의 종료로 돌아서며 갈라졌다. 연준은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드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고 경제학자였고 1990년대 파월과 재무부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던 글렌 허버드는 므누신 전 재무장관과 파월 의장에 대해 "외부에 드러난 모든 협력관계에서 의견일치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옐런과 파월은 좀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외 '저성장 함정 경계' 인식 공유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함으로써 보건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하는 것을 막았지만 미국 경제 회복의 책무를 홀로 짊어지는 데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연준의 통화완화정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작은 반면 자산가격을 밀어올림으로써 불평등에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7월 고용시장 회복을 연준 정책에 의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8년, 9년, 10년의 팽창이 필요하다"며 "그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외에도 두 기관의 수장이 공유하고 있는 인식은 일본을 25년동안, 유럽을 수십년간 괴롭혔던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연준은 실업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취해왔던 선제적 금리 인상 전략을 포기했다. 대신 연준은 노동시장이 회복할 때까지 수년동안 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옐런 장관은 당시 경제를 구하기 위해 연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고하면서도 연준의 결정을 지지했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두 사람의 경제관은 정책에서 상호협력하는 것을 꺼려왔던 지난 관행을 재고하게 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준에서 근무하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부 관료로 일했던 네이선 시츠는 옐런이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세계는 변하고 있다"며 "옐런이 이끄는 재무부가 지금 보이는 것처럼 건설적인 방식으로 연준과 일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언급했다.



◇ 장기금리 안정과 확장적 재정 충돌 교훈 새겨야

현재로서는 연준과 재무부가 밀월 관계에 들어갈 것이 확실하지만 장기 금리 안정을 두고 두 기관이 충돌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비판자들은 연준의 대규모 정부 부채 매입이 통화정책을 너무 오랫동안 완화적으로 방치해 금리 인상기에 정부 부채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런 우려를 낮게 평가하며 연준이 그렇게 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현재 장기채 매입에 대해 금리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2%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고 실업률을 낮추려는 것이지 정부의 부채부담을 낮춰주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연준은 대출, 지출, 투자를 자극해 민간 영역의 회복이 가속하도록 장기 국채를 매입해 장기 금리를 낮췄지만 당시 재무부가 시장에 장기 국채 공급을 늘려 효과를 반감시켜버렸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에서 일했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는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의 협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위험이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으로 연준이 편안하고 또 연준이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준과 재무부가 협력관계로 가더라도 작년 말 종료됐던 연준의 비상대출 프로그램이 민주당이 원하는 방식으로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므누신 재무장관을 설득해 연준의 비상대출 프로그램 종료를 끌어냈던 공화당의 팻 투미 상원의원은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팬데믹 부양법안을 언급하며 대출계획 재개는 해당 법안에서 금지됐다고 강조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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