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개입 그만'…은행권 배당 논란 마침표
'구두개입 그만'…은행권 배당 논란 마침표
  • 정지서 기자
  • 승인 2021.01.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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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자형 경기회복 가정해 배당산출 가이드라인 제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 지주의 배당 산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로써 말 많던 배당 제한 논란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곧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를 앞둔 은행 지주들도 배당 산출기준이 명확해진 만큼 결산배당 규모를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은행 지주의 자본관리 권고안을 상정, 이를 의결한다.

이번 권고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배당 산출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 지주의 자본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스트레스테스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지주가 가계는 물론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핵심 주체인 만큼 민간 경제를 지탱해줄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해서다.

특히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추세가 'L자형' 시나리오로 전개되더라도 은행 지주 재무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살폈다는 후문이다. L자형 경기 회복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 이하로 떨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뒀다는 뜻이다.

다만 배당 산출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 대상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 기관은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을 통해 취약계층에 집중적인 자금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이들은 재무상태가 어려워지더라도 정부의 지원이 가능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선제로 자본을 확충해 스트레스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곳은 배당을 자율적으로 해도 된다"며 "그렇지 않은 곳에 대해선 내년 상반기까지는 자본 적정성에 맞는 수준의 배당을 산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지주들은 금융당국이 확실한 배당 산출 기준을 제시하는 데 대해 오히려 반기는 모양새다.

그동안 배당은 수수료, 금리 등과 함께 금융회사의 대표적인 자율경영 영역이었다. 시장의 불건전 영업 행위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금융당국의 수장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당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자 업계는 혼란스러워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초 은행권에 손실흡수 능력을 강조하며 내부유보를 위한 배당 자제를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윤 원장은 지난해 4월부터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성과급 지급을 자제해 달라고 꾸준히 메시지를 보냈다.

국내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한 하나금융지주가 첫 타깃이 됐다. 작년 7월 하나금융은 이사회와의 논의 끝에 예년 수준의 중간배당을 강행했다. 이를 두고 윤 원장은 아쉽다고 평가하며 재차 은행 지주의 배당 자제 필요성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자본관리 권고안을 금융규제운영규정에 따라 마련했다. 금리나 수수료, 배당과 같은 금융회사 자율경영 사항은 행정지도 대상이 아니지만, 건전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면 금융위 의결을 거쳐 권고가 가능하다. 앞서 배당 축소를 결정한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영란은행(BOE)도 비슷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그저 배당을 자제하라는 구두 메시지만 있을 때는 당국의 눈치가 보이더라도 이사회 결정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명확한 기준이 제시됐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선 단기적으로나마 일정부분은 순이익의 내부유보를 더 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9년도 기준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우리금융이 27%로 가장 높았다. KB금융(26.00%)과 신한지주(25.97%), 하나금융(25.77%)은 26% 안팎을 기록했다.

지방금융지주에선 DGB금융(21.18%), BNK금융(20.86%), JB금융(17.05%) 순이다.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늘어난 대출자산만큼 잠재된 부실 여신 규모와 각종 인수합병(M&A) 재료로 은행 지주 별 재무 건전성에 다소 차이가 있는 만큼 2020년 배당 성향은 예년보다 3~5%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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