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 상승세가 무섭다. 코스피지수는 이미 3천 포인트를 넘었고, 코스닥지수도 1천 포인트에 근접하면서 2000년대 IT버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이 주가지수 최고치 행진을 이끌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금년도 주식시장을 이끌 화두는 무엇일까.

증시 격언에 '정부정책에 반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테마주 형성이나 투기 붐에 이용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정부정책 관련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주가가 상승하면서 이 격언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와 경제의 장기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정책을 시행하는데 이는 상당 기간 경제운영의 방향성이 되기 때문에 기업은 여기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세계경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930년대 대공항 이후 처음 경험하는 위기에 빠져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관련 산업과 기업으로 이동하여 단순한 기대가 아닌 실체가 있는 테마를 형성하면서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작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그동안 기업경영의 철학이 되어온 주주중시자본주의의 종언을 선언하고 기업은 주주는 물론 고객, 종업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주요 대기업 및 금융기관 CEO의 금년도 신년사를 보면 ESG 경영과 ESG 투자가 핵심 경영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세계보건기구 복귀가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2035년까지 환경과 청정에너지 산업에 2조 달러를 투자하여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정책으로 ESG 경영과 ESG 투자를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게 하였다. 또한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전염병, 기후 변화 등 인류 전체가 당면한 과제는 정부나 국제기구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면서 기업의 ESG 경영과 ESG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이제 ESG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경제 질서를 지배할 뉴노멀이 되었다. ESG는 하나의 테마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제와 산업구조의 변화,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영은 물론 투자패러다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ESG가 철학적이고 선언적인 의미에 그쳤다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정부는 물론 기업, 금융기관 심지어 개인들조차 그간 눈여겨 보지 않았던 비재무적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여 ESG를 경제운영, 기업경영 및 투자에 새로운 요소로 인식하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ESG 투자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ESG를 감안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들도 지속가능투자에 적극 관여하기 시작하여 JP모건은 작년 2월 산림파괴 및 북극 개발 등에 연루된 기업에 투자를 금지했고, 골드만삭스는 온실가스 감축 및 친환경 생태계 구축에 7천500억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SG 경영과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고 경영자가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ESG 투자 상품 및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앞으로 ESG 평가를 강화한 벤치마크지수를 개발할 예정이고 2022년까지 ESG 요소를 반영한 투자 규모를 전체 운용자산의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3월 10일부터 역내 은행,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금융공시제도(SFDR)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한국 기업에 투자한 유럽자본의 ESG 관련 정보공개 요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그동안 환경문제 등으로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아왔던 중국도 작년 11월 22일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2060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ESG 책임투자 기반 조성을 위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대상을 현재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2026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ESG 등 비재무적요소를 고려하는 책임투자 확대에 맞춰 기업의 관련 정보공개 촉진을 위해 거래소의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하여 2030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ESG는 이제 부수적인 투자접근 방식이 아니라 투자의 기본이 되었다. 그동안 ESG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국내외 시장에서 제기된 이유 중 하나는 수익률 문제였다. ESG 투자 초기만 해도 ESG 투자는 착하지만 수익률까지 착할 순 없다는 것이 대세였지만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지속 증가하고 수익과 주가상승률에도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SG 상장지수펀드 7개중 2개 상품을 제외한 5개 상품이 최근 6개월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추월했다. 또한 MSCI가 MSCI ACWI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기업 중 ESG 등급 상위 30% 기업과 하위 30% 기업의 최근 7년(2013~2020)간 이익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상위 30%는 2.89%, 하위 30%는 -9.22%를 나타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투자자들은 ESG를 잘하는 기업이 수익도 좋고 주가도 오른다고 보고 기업의 ESG 활동을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부정한 수단으로 돈을 많이 버는 기업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이라 성과도 좋다는 논리다.

과거 윤리적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는 수준에 머물렀던 ESG는 이제 국가의 지속가능성장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또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업의 비재무적측면, 즉 ESG를 투자 판단의 핵심요소로 고려하는 투자방법이 대세가 되었다.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EU, 중국 등 전 세계 국가와 UN 등 국제기구가 함께 추진하는 ESG 관련 정책에 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재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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