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송하린 기자 = 금융당국의 배당제한정책이 확정되면서 주가 하락을 염려하는 은행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최근 정부가 이야기하는 이익공유제 등과 맞물려 은행을 향한 지나친 규제리스크로 확대하여 해석될 우려 때문이다.

28일 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화면번호 5000)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말보다 6.05% 오른 3,208.99에 거래를 마치며 올해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주 주가도 올해 들어 금리 상승 등에 힘입어 이달 중순까지 잠시 반등했다. 하지만 상승세가 꺾이면서 현재는 배당락 직후의 급락한 주가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중순보다 12.44% 내린 35,200원으로 전일 장을 마쳤고, KB금융지주는 10.36% 하락한 4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리금융지주는 7.16% 내린 9,330원, 신한금융지주도 5.41% 하락한 32,350원에 마감됐다.





금융지주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실적이 견실히 받쳐주고 있어 이러한 주가 흐름은 이례적이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 종합(화면번호 8031)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지난해 지배지분 기준 순이익 예상치는 각각 3조4천841억원, 3조4천592억원, 2조5천160억원, 1조3천932억원으로 나타났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신한금융은 1.6% 늘었다. 우리금융만 25.6% 감소했다.

견실한 실적에도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계속하는 건 최근 배당 규제에 이어 이익공유제 등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외국인 이탈세가 두드러진 탓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금리상승 등의 기대로 국내 은행주를 끌어모으며 지난 13일에는 4천205만주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익공유제가 이달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매수세가 급격히 꺾이더니 전일에는 30만주를 팔았다.





사실 배당 규제의 경우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도 은행의 배당금 지급을 제한했다가 최근에서야 완화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6월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34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지난달 시행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해당 은행들이 모두 최저 요건을 통과하면서 규제를 완화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최근 9개월간 중단했던 은행들의 배당금 지급을 허용했다. 단 2년간 순이익 합계의 15% 이내 또는 보통주 자본의 0.2% 이내 가운데 더 낮은 수준 안에서 배당하도록 제한했다.

우리나라는 전일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성향을 20% 이하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중간배당, 자사주매입 등도 포함된 조치이고 적용 기간은 오는 6월까지다.

해당 조치로 당장 2020년도 결산배당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9년도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사 배당 성향이 우리금융 27%, KB금융 26%, 신한지주 25.97%, 하나금융 25.77%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배당 규모는 5~7%포인트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배당제한 권고가 최근 이익공유제,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의 조치와 맞물리면서 은행을 향한 지나치게 강한 규제리스크로 확대 해석될 여지가 높다는 점이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은행권이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 금융지주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 속에서도 호황을 누린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내놓아 코로나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제안됐다.

플랫폼 기업, 빅테크 등도 대상 업종으로 거론됐으나 점차 공적 기능과 역할을 요구받는 은행권으로 논의가 모였다. 은행들이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조치가 오는 3월에 재연장 가닥을 잡은 것도 은행에 부담을 주는 조치로 투자자들에게 여겨지고 있다. 현재 은행권에서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규모는 총 1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정책위의장이 올해 연말까지 대출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가 연장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해 금융권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였다.

이러다 보니 금융지주들은 선방한 실적과 금리 상승 추세에도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IR 담당 임원은 "지난해 연간 실적이 선전한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최근 규제리스크에 의해 투심이 너무 악화해 연초 랠리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이익공유제가 가장 큰 이유고 여기에 배당 제한도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금융지주 IR 담당 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주 투자를 가장 꺼리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규제 리스크"라며 "다음주부터 실적 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투자자들과의 비대면 IR을 적극적으로 잡아서, 일단 배당제한에 대해선 한시적인 조치임을 잘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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