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전자가 향후 3년 간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임을 공식적으로 예고했다.

쌓이는 현금을 성장으로 돌리는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수감으로 제기되는 투자 지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인 최윤호 사장은 28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주도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10년간 지속해서 M&A 대상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했다. 이에 따라 많은 준비가 진행돼 왔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준비한 것을 토대로 향후 3년간 의미 있는 규모의 M&A 실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시설 투자 확대와 의미 있는 규모의 M&A로 현금 증가 리스크를 줄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2017년 자동차 전장 회사인 하만 인수 이후 M&A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재수감된 후 삼성전자가 경영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중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현안들이 쌓여 있는데 제한된 보고와 정보만으로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최 사장의 이날 발언은 삼성전자가 총수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언은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과도 교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재수감 후 두 번째로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총 116조2천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배당에 쓴다 해도 시설 투자나 M&A를 위한 자금은 충분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글로벌 유망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한 곳을 인수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핵심 성장동력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몸집을 빠르게 불리기 위해 M&A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마이크로), 독일 인피니언 등이 삼성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인수 후보로 꼽는다.

이 중 NXP는 2018년 퀄컴이 440억달러(약 49조9천억원)에 인수하려 했으나,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외신에 따르면 당시 NXP는 매각에 앞서 삼성전자에도 협상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력반도체 부문 1위이자 차량용 반도체 부문 2위 기업인 인피니언은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차량용 반도체는 이재용 부회장이 인공지능(AI), 5G, 바이오와 함께 전장사업을 삼성전자의 4대 핵심 미래 전략사업으로 꼽은 만큼 성장이 기대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에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M&A 규모는 역대 최대에 달했다.

지난 7월 미국 반도체 기업 아날로그디바이스는 경쟁사인 맥심인터그레이티드를 200억달러(약 22조7천억원)에 사들였다.

또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설계업체)인 ARM(암홀딩스)을 400억달러(약 45조4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다.

이어 SK하이닉스가 90억달러(약 10조3천억원)에 인텔의 낸드 부문을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통신용 칩 경쟁사인 퀄컴도 최근 14억달러(약 1조5천365억원)를 들여 반도체 스타트업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업체인 누비아를 인수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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