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이 반사이익을 노리면서 자산운용사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학이나 준공공기관, 중소규모 기업들은 여유자금을 은행 예·적금이나 국공채 정도에만 보수적으로 투자해왔는데 초저금리 환경에서 유의미한 수익이 나지 않자 외부 전문가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운용사들도 이에 발맞춰 조직을 신설 또는 확대하며 고객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NH-아문디자산운용이 OCIO 본부를 신설하기로 하고 경험이 많은 외부 인력을 물색하고 있다. 올해부터 OCIO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우선 4~5명 규모로 조직을 꾸릴 계획이다.

NH-아문디는 그간 OCIO 분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초저금리 환경이 장기간 예상되는 데다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이제는 OCIO 시장에 진입해야겠다고 판단하게 됐다.

기존의 OCIO 강자들도 외부 인력을 추가 영입하거나 조직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OCIO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함께 3강 중 하나로 꼽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OCIO 총괄부서를 설립한 뒤 작년 11월에는 '마케팅3부문'을 신설하고 기존에 OCIO 사업을 담당하던 투자플랫폼기획본부를 편입했다. 기존 본부 단위의 OCIO 상업을 부문 단위로 확대한 것이다.

이처럼 힘을 실어준 것이 효과를 발휘한 듯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기획재정부가 관할하는 공적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 자리를 꿰찼다. 공적연기금풀은 60여개의 기재부 산하 기금을 통합해 위탁 운영을 맡기는 체계로 운용자산은 작년 말 기준 총 31조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20조7천억원, 미래에셋운용이 10조5천억원을 맡게 된다.

OCIO 부문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은 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대학 기금 분야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기금사업부문 조직을 격상시키고 산하에 OCIO팀을 신설하며 조직을 정비했고 동시에 2천억원 규모의 서울대 발전기금 운용사로도 선정됐다. 작년 말에는 1천500억원 규모의 이화여대 OCIO를 따내기도 했다. 그간 OCIO 시장의 선두 주자로써 구축한 경험과 네트워크가 작동했다는 평가다.

OCIO 시장의 후발 주자로 분류되는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도 지난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한 뒤 한층 힘을 싣는 모습이다.

KB운용은 OCIO 본부와 마케팅솔루션(M&S)본부를 통합하며 연기금 시장을 겨냥해 덩치를 키웠다. KB운용은 2018년 OCIO 본부를 신설한 뒤 공격적인 영업 끝에 작년 건강보험공단의 대체투자부문 주간운용사에 선정돼 7천억원을 운용 중이다. 건보 기금은 KB가 처음으로 유치한 OCIO 자금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초 OCIO 본부 산하에 OCIO 운용팀을 신설하며 공격력을 키웠다. 최근엔 BNP파리바그룹과 협력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면서 OCIO 부문의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신한운용은 KB운용과 지난해 공동으로 건보 대체투자부문의 주간운용사로 선정돼 7천억원을 굴리고 있다. 지난 2018년 2조원대 규모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을 맡게 된 이후 탄탄하게 트랙 레코드를 기록하는 중이다. 2018년엔 포항공과대학교 총괄자문사도 맡으며 대학 기금 운용을 위한 경험도 쌓기 시작했다.

한화자산운용도 2018년 관련 조직을 신설한 뒤 부서명을 솔루션사업본부로 짓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NH투자증권과 함께 강원랜드의 기금 1천500억원을 맡았다. 동시에 2018년 초 3명에 불과했던 운용인력도 20명 수준까지 늘리는 등 인력도 꾸준히 보강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증권사들도 OCIO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속속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OCIO 시장은 운용사들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만큼 증권사들도 미리 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1조3천억원 규모의 성과보상기금 OCIO에 단독으로 선정됐다. 증권사가 주요 기금의 OCIO로 단독 선정된 것은 7조원 규모의 고용보험기금을 운용하는 한국투자증권 이후 처음이다. NH투자증권은 37조원 규모의 주택도시기금 자금을 미래에셋과 함께 운용하고 있으며 강원랜드 기금도 한화운용과 공동 운용하는 등 이미 상당한 입지를 다져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OCIO는 운용자금을 다양한 자산에 적절히 분산할 줄 아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증권사가 그런 점에선 강점이 있어 운용사들과 경쟁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OCIO 수수료는 3~4bp에 불과해 증권사들이 크게 매력을 못 느끼고 있지만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이 열릴 것을 기대하고 미리 대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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